이주민들, 개청 원년 맞아 경북의 효제인충 사상 확산 기대
신도청사 완공이 마무리되는 10월이면 경북도청이 안동·예천으로 이전해 온다. 신도청사가 들어서고 있는 부지 입구는 지금은 사라진 안동시 풍천면 갈전1리 자연부락이 있었던 곳이다. 현재 이곳에는 수령이 4~5백여 년 쯤 되는 두 그루의 소나무가 서 있다. 갈전리 주민들은 이 소나무를 각각 ‘할배나무’와 ‘할매나무’로 부르고 있다.


1994년 2월에 발간된『안동의 동제』(안동민속박물관 발간)에 따르면 ‘갈전리1·2·3리 에서는 매년 정월 보름날 밤에 동제를 지냈다. 이 마을의 당은 상당(남신을 모심)과 하당(여신을 모심)으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은 1리 앞 들판에 흙을 쌓아 놓은 작은 둔덕 가운데 당나무이다’고 서술하고 있다. 상당 당나무의 수종은 소나무로 높이는 10m에 둘레는 2.5m이며, 하당은 마을입구에 위치하며 크기는 상당과 비슷했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풍천면에 살고 있는 안영선(86세, 전 갈전리 동장)과 조한제(72세, 전 마을이장)은 “마을 입구 소나무가 할배나무이며, 농지 중간에 서 있는 소나무는 할매나무로 기억한다”고 말해 기록과 증언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각각의 소나무 명칭이 왜 할배 할매나무로 붙였는가에 대해선 알 길이 없다고 한다. 다만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할배나무 옆에 말뚝을 박았는데, 그것이 할매나무가 되었다는 설화가 전해지고 있다. 할매나무보다 할배나무가 먼저 심겨져 있었다는 구전을 마을주민들이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최근 말뚝이 자라 할매나무가 되었다는 이 당나무는 고사(枯死)를 당해 새 소나무로 이식해 놓은 상태이다.


마을사람들은 두 나무가 마을을 지켜준다고 믿었기에 정월대보름 다음날 새벽에 할배·할매나무에 정성껏 동신제를 지내왔다. 동제의 경비는 마을 위토인 논 6백평에서 수확한 자금으로 충당했다고 한다. 현재 마을입구에 살아남아 있는 할배나무는 석축에 둘러싸여 있다. 이 석축은 2004년 마을회의에서 당시 지금은 고인이 된 조인제 할아버지의 건의로 3백만원을 들여 만든 것이다. 갈전마을 동신제를 통해 볼 때 주민들의 동신제에 대한 애착심은 깊었고, 동제의 생명력이 다른 마을에 비해 높았다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안동지역은 동제의식과 유풍이 어느 곳보다 두드러진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예전부터 매년 정월 보름에 현직 군수가 안동군청 내 고목(古木)인 부신목(府神木)에 고사를 올려 왔고 심지어 댐건설로 인해 고향을 등지던 이주민들이 수몰지역의 동제당을 모시고 떠났을 정도였다.

한편, 지난해 경상북도(도지사 김관용)는 조례 제3584호로 ‘할매·할배의 날’을 제정해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을 어른공경과 손자녀가 조부모를 찾아가는 운동을 추진 중이다. 급속한 고령화와 핵가족화로 인해 조부모에 대한 효사상과 올바른 가족관계를 회복하겠다는 현대판 효도 계승과 재정립을 도모하고 있다.
이에 옛 마을을 떠난 갈전리 이주민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할배·할매나무가 마을의 풍년과 동민들의 무병을 지키며 수백 년의 풍상을 이겨왔듯이 신도청사 원년을 맞아서도 마을전통의 동신제가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또한 경북이 추진하고 있는 효제인충(孝悌仁忠) 운동이 곧 개청할 신도청사 앞의 할배·할매나무와 만나 더 큰 의미로 승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가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