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 통일 운동에 헌신해 온 재야운동가 백기완 선생(77,통일문제연구소장)이 5일 안동을 방문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의 원시를 쓰신 분으로도 잘 알려진 백 선생은 평소 친분이 있던 지인의 혼인 잔치에 주례로 참석했다. 식당에서 백 선생을 잠깐 만났다.
이날 선생은 춤판에서 틀에 박히지 않은 장단을 악사에게 청하는 무엇이라는 뜻의 ‘불림’을 설명하며 틀에 박힌 미국식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3불(不)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며 현 정부를 향해 거침없는 비판을 쏟아 놓았다.
“현 대통령이 국민을 위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를 인치로 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한민족 사람으로서 정서가 부족하다”고 3불 운동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또한 백 선생은 “젊은이들이 진지하게 학문 탐구는 하되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처하며 기성세대들의 잘못을 바로 잡아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취업의 문이 좁으면 그것을 넓히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그저 수동적으로 그 문을 통과 하려고만 드는 현 젊은이들의 행태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한 참석자의 부탁에 의해 ‘젊은 날’이라는 선생의 시 낭송이 즉석에서 이루어졌는데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라는 마지막 구절로 모임의 끝을 맺었다.
근래 선생은 당뇨과 노환으로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도 지속적인 저작 활동과 강연으로 한국의 민주화에 기여하고 있다.
젊은 날
- 백기완 -
모이면 논의하고 뽑아대고
바람처럼 번개처럼
뜨거운 것이 빛나던 때가 좋았다
하나를 알면 열을 행하고
개인을 이야기하면
역사를 들이대고
사랑이 튕기면
꽃본 듯이 미쳐 달려가던 곳
추렴거리 땡전한푼 없는 친구(새끼야)가
낚지볶음 안주만 많이 집는다고
쥐어박던 그 친구가 좋았다
우리는 두려운 것이 없었다
헐벗고 굶주려도
결코 전전하지 않았다
-중략-
오오, 그 확확 뚫던 억센 주먹이여
이젠 다 어디서 무엇을 하기에
흰머리가 휘날리는 상기까지
삼십 촉 희미한 등불에 젖어
똥뚝간에서 바시락 대는 쌩쥐 소리에
거대한 역사의 목소리 일러듣는 듯
그렇다 기완아, 기완아~
백번을 세월에 깎여도
나는 늙을 수가 없구나
찬바람이 여지없이 태질을 한들
다시 끝이 없는 젊음을 살리라
구르는 마룻바닥에
새벽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부심이의 엄마생각》,2005년
《백기완의 통일이야기》,2003년
《벼랑을 거머쥔 솔뿌리여》,1999년
《장산곶매 이야기》,199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