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농협, 현직 조합장 불구속에 출마자격 강화 논란
3.11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다가왔지만 ‘동시선거’의 당초 취지이자 목적인 농협개혁 의제는 사라진 채 당선만을 위한 과열경쟁과 돈 잔치만 난무하고 있다는 비난이 거세다. 안동의 경우 농협 6개소, 산림조합 1개소, 축협 1개소에서 동시선거가 실시된다. 6개 농협의 경우 전체합산 조합원 숫자가 2만2천여 명이 넘는 만큼 ‘미니총선’이라고 불러도 규모에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안동지역 A농협은 지난 1월부터 대손충담금을 둘러싸고 대의원들 내부에서 심한 홍역을 치렀다. 대손충당금이란 대출금 등으로 미래에 발생할 손실에 대비하는 ‘예비자금’이다. 과다하게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면 사실상 조합원에게 환원되어야 할 수익금이 임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결과를 낳게 된다. 문제는 집행부의 의지대로 환입이 자유롭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A농협이 대손 충당금을 무리하게 책정해 직원 성과금과 조합원 배당금을 나눠주고 있는 것을 두고 선거를 앞둔 선심성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더욱이 조합장 선거를 코앞에 두고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영농자재 교환권까지 배부해 안동시선관위가 확인에 나섰을 정도이다.
무리한 대손충당금 책정에 영농자재 교환권까지 돌려
A농협 조합원 B씨는 “조합의 지난해 결산 보고서에서는 14억1천여만원의 이익이 난 것으로 돼 있지만 실제로는 1억4천여만 원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이는 “선거를 앞두고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배당금과 직원들의 성과금을 주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무리하게 책정한 결과이다”라고 주장했다.
B씨는 또 “지난해 A농협은 대손충당금 15억5천3백여만 원의 이익이 발생한 것처럼 결산해 직원들의 변동상여금 6억여 원과 조합원의 출자 및 이용고 배당금 8억 여 원을 지급했다”며 “특히 성과금은 조합의 흑자가 발생했을 때만 지급하도록 하는 규정에 따라 A농협이 대손충당금을 활용, 흑자를 만들어 상여금 지급을 가능케 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B씨는 “대손충당금으로 지난해 결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조합원 환원사업인 영농자재교환권을 지난해 보다 약 30%가 많은 5억여 원 상당을 만들어 배부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선거를 앞두고 선심성 의혹이 짙은 조합 운영이 아닌가” 라고 지적했다.
또한 조합원 C씨는 “만약 대손충당금을 사용하지 않고 직원들의 성과금을 지급하지 않았다면 4억여 원의 흑자가 발생한 것”이라며 농협이 조합장선거로 인해 편법 경영을 일삼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주장했다. C씨는 또 “STX팬오션 등에 투자를 잘못해 수십억 원의 손해를 보고도 재차 이러한 행위를 보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며 비판하고 나섰다.
A농협 관계자에 따르면 “이런 행태를 농협내부에서는 ‘제꼬리배당’으로 부른다. 지난해 실제 13억의 흑자가 났지만, STX팬오션에 투자한 72억원 중 2013년에 12억, 2014년에 24억의 손해가 발생한 만큼 투자손해로 마이너스 경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A농협 측은 “회계법상 전혀 문제가 없는 것다고”고 주장하고 있다. 즉 대손충당금은 연체비율 감소와 자산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기준에 따라 책정된 것일뿐이라고 설명했다.
1월 30일 열린 A농협 대의원총회에서 대손충당금 건이 문제화되자 조합임원들이 대의원들에게 통사정을 하며 안건처리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용한 대손충당금은 조합이 3~4년 이내로 충당시키기로 약속하고 표결한 결과 겨우 3표차이로 안건이 처리되었다. 또한 A농협은 조합장선거를 앞두고 현직 대학교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D교수는 이미 한 차례 사외이사를 했음에도 또다시 선임되었는데, 이를 두고 조합장선거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지적이 흘러나왔다.
현 조합장 불구속 입건으로 구설수 오르다
또한 안동지역의 또다른 E농협에서는 현 F조합장이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며, 고가의 가전제품을 받은 혐의로 12월 말 경찰에 불구속 입건되었다. 2012년 계약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발령내며 직원의 부친으로부터 380만원 상당의 김치냉장고를 받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이에 대해 현 F조합장은 “상대후보가 근거도 없는 내용을 경찰에 제보한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이 농협은 조합장 출마자격을 강화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조합장 입후보 자격 출마좌수를 2010년 150구좌 이상에서 2012년 12월 400구좌 이상으로 조정했으며, 보유기간도 2년 이상으로 정했다. 결국 출자좌수를 높여 출마자격에 제한을 두려는 꼼수로 비쳐져 비난이 일었다.
경찰을 포함한 수사당국의 감시망도 높아진 가운데, 농협중앙회에서도 특별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심성 예금금리 제공, 결산분식을 통한 과도한 배당이나 입후보자의 공적치하 등이 불법의혹이 짙다는 내부점검에 들어가 있다.
사상 최초로 동시조합장선거를 실시하게 된 계기는 그동안 조합이 ‘농산물판매는 뒷전이고 돈 장사만 한다’, ‘조합원을 위한 조직이 아니라 임직원을 위한 조직이다’는 등의 조합 정체성을 비판받아 왔기 때문이다. 또한 여러 분야의 선거 가운데 가장 혼탁한 선거라는 지탄을 받아 왔다. 조합장 선거가 농협개혁의 의제를 중심으로 농협민주화의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기대를 하기에는 아직 멀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