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현재를 보자 - 영화 '헤어스프레이'
과거에서 현재를 보자 - 영화 '헤어스프레이'
  • 포데로사
  • 승인 2009.01.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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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 이후 미국인의 생활 반영, 존트라블타가 '엄마'로

얼마전 우연히 TV를 보다가 '헤어 스프레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다소 생소한 뮤지컬형식의 영화였다. 게다가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뚱뚱하고 가난한 백인소녀이거나 혹은 촌스럽고 불량스러운 흑인이었다. 혹시 멋지고 섹시한 캐릭터가 나오면 여지없이 악역이었다. 흥미를 끌기에 충분히 독특한 영화였다.

한 10대의 뚱뚱한 소녀 '트레이시'가 흑인친구들과 함께 TV쇼에 출연하고 외모적 차별과 인종적 차별을 극복하고 당당히 댄싱퀸으로 선발 된다는 해피엔딩 영화이다. 난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끌렸는지도 모르겠다.

시대는 1960년대 흑백과 빈부가 공존하던 미국의 볼티모어라는 도시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시대에는 흑인의 지위가 지금보다 더 못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빈부의 격차는 오히려 1960년대의 미국이 지금의 미국보다 덜 심각한 시절이었다. 이른바 루즈벨트 대통령의 뉴딜정책의 효과로 '대압착(빈부의 격차가 급격하게 줄어든 시대를 말함)의 시대'를 누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역사상 최고의 번영기를 구가하던 1960년대가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이다.

이 영화는 시종 세련된 음악과 신나는 안무로 심각한 사회문제(인종,빈부,외모지상주의)를 아주 유쾌한 방식으로 풀어 나가고 있다. 뚱뚱하고 못생긴 트레이시의 성공과 매카시즘을 신봉하는 보수적 어머니를 둔 소녀의 흑인 소년과의 사랑, 그리고 자칫 어둡게 그려지기 쉬운 흑인들의 뒤골목 조차도 복고적인 음악과 흥겨운 춤으로 밝게 그려냈다. 즉 진정한 기회의 땅으로 거듭난 미국의 사회를 반영하는 영화이다.

영화를 본 후 왜 제목을 '헤어스프레이'로 했을지를 한참 생각했다. 아마 그 때쯤 헤어 스프레이가 처음 출시되지 않았을까 생각을 했다. 즉 외모에 신경을 쓸 만큼 경제적 여유가 생긴 시절이 미국의 1960년대가 아닐까. 그리고 풍성한 경제적 기반으로 방송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외모지상주의와 소비문화도 덩달아 번창하던 시절이었을 것이다. 즉 뉴딜정책의 과실을 향유하던 시절이었던 것이다.

우리는 통상 뉴딜정책을 국가가 경기를 부양시키기 위해서 대규모 토목공사를 발주하고 그로 인해서 기업을 움직이고 일자리를 만든다는 정도로 이해를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또 다른 중요한 정책이 함께 시행되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강력한 분배정책이 그것이다. 루즈벨트의 일관적인 조세정책이 미국의 황금기를 가져왔다는 분석은 이미 작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교수도 지적한 바 있다.

영화속 트레이시의 어머니 에드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디선가 본 듯한 의심을 자아냈다. 결국 영화가 끝난뒤 자막이 올라갈때야 나는 존 트라볼타가 이 영화에 출연한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여주인공 트레이시의 엄마역 에드나를 여장으로 맡았던 것이다 참 재미있는 발상이다. 남자 배우를 남장여자역이 아닌 그냥 여자배역으로 출연시키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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