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뜯고 붙여 혼을 불어넣는다
손으로 뜯고 붙여 혼을 불어넣는다
  • 유경상 기자
  • 승인 2013.10.23 17: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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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탐방]한지그림 공예가 善讀 송인영 작가를 만나다

한지와의 특별한 만남 - 손으로 뜯고 붙여 혼을 불어넣는다!
한지그림 공예가 善讀 송인영 작가를 만나다

△ 한지그림 공에가 송인영 작가

언제부턴가 한지공예가 생활 저변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것이 지금은 상식이 되었다. 그러나 과문한 탓인지 ‘한지그림’(한지화로 불리기도 한다)에 관해선 생소했다. 대도시에서는 한지그림에 대한 대중적 인지도가 꽤 높은 편이라는 걸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실 한지그림은 천연염색으로 색깔을 낸 한지를 뜯고, 찢어 붙이는 회화의 장르에 속한다.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한지를 대표적인 전통종이로 사용해 왔다. 보온성이 좋고 통풍이 잘되는 만큼 창호지, 화선지, 벽지 등 생활 곳곳에서 사용돼 왔다. 우리나라 한지제작의 역사에 대해선 몇 개의 설이 있지만, 4세기 경 불교가 전래되면서 제지술도 함께 전래된 것으로 보인다. 신라시대에는 중국에 희고 곱게 다듬은 종이를 수출했고, 11~12세기 고려시대의 종이제작 기술은 최고조에 이르렀다고 전한다.

이런 한지가 회화와 조소, 공예, 의상 등 예술적 표현으로 승화되어 멋과 미를 추구하는 생활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전통적 생활용품이면서도 미적 가치를 드높이는데 다각적 용도로 쓰여 온 셈이다. 그런 다용도의 쓰임새 중 한 흐름이 회화 장르로 뻗어나간 것이다.

한편으로 지구온난화 등 자연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 부딪치는 과정에서 한지가 가장 친환경적인 생활 소재라는 점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또한 한류의 부흥기를 맞은 최근에는 한지, 한옥, 한식, 한복 등의 우수성에 대한 재발견이 확산되고 있는 중이다.


결혼과 함께 30년 넘게 살았던 대구를 등 뒤로 하고, 5년 전에 고향인 안동지역으로 귀향해 한지그림 공예가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벌이고 있는 선독(善讀) 송인영(宋寅英) 작가(62).

대구지역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하다가 남편의 퇴직이 가까워지자 한지의 고장인 안동으로 귀향을 결정하게 되었다. 이사를 오기 직전인 2010년 3월에 먼저 안동시민회관 갤러리에서 4회 개인전을 열었다. 2011년 6월에는 5회 개인전을 안동예술의전당에서 열게 된다.

“인생의 후반기 작품 활동을 고향땅에서 하겠다고 결정한 이유는 솔직히 비빌 언덕이 돼 줄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어요. 아늑하고 편안한 고향 품이 새로운 작품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앞섰죠. 안동시 운안동에 ‘천연지예 갤러리’를 개관한 것도 하루빨리 정착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거죠. 이사를 오며 매화그림을 한 점 들고 안동시장실에 인사를 갔었죠. 30년 만에 안동시민이 되고 싶다고요.”

한지그림을 감상할 기회에 목말라 하던 지역주민에게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결과 올해 8월23일부터 9월1일까지 (주)아트모아가 주관․주최하고, 안동문화예술의전당이 후원하는 초대전이 개최되었다. 주제는 <천연지예, 한지의 외출> 송인영 초대전 이다.


“아이들을 다 키운 마흔아홉 살 이던 1998년에 한지공예를 배우게 됐어요. 4년 동안은 한지공예에 푹 파져 살았죠.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한지로 목단 꽃을 그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황홀해 미치는 줄 알았어요.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밖에 없었죠.”

곧바로 한지그림 공부를 시작하며 정신없이 빠져 들었다. 한지그림을 배운다는 것이 자랑스러워 버스를 탈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행인들이 볼 수 있도록 그림을 들고 다녔다. 송 작가는 학창시절 미술관련 공부를 특별히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내면에 어떤 재능이 잠재돼 있었던 것일까?

“손재주가 좋다고 볼 순 없어요. 그러나 한지공예를 하다가 그림에 빠져든 그 때부터 잠시도 멈춘 적이 없죠. 끊임없는 노력파인 것 같다”고 자신을 평가했다. 작품 활동을 몇 년동안 했는가 보다는, 연습을 집중적으로 반복하는 노력행위가 중요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마치 자동차면허증을 따 놓고 장롱에 넣어 두기보단 곧바로 운전을 시도해 능숙한 운전자가 되는 것이 옳다는 비유로 읽힌다. 전시회가 열리는 곳은 어디라도 쫓아 다녔다. 서양화, 동양화를 감상하기 위해 전시장을 헤매 다녔을 뿐만 아니라, 관람도 특이하게 진행했다. 전시장에 하루 종일 머물며 마음속에 그림이 익숙하게 들어올 때까지 눈여겨봤다는 것이다. 소위 작품을 뜯어 먹을 정도였다. 열정과 노력, 성실이 합체되는 시간이 축적되기 시작했지만, 시행착오 또한 만만치 않았다고 고백했다.


한지에 깃든 어떤 측면에 깊이 빠져들었을까? “한지는 기가 막히게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을 지녔어요. 그리고 변화무쌍하고. 손으로 그냥 뜯었을 때와, 물을 조금 묻혀 뜯었을 때도 그 속성이 달라진다. 질감이 너무 다양해 표현력이 매우 풍부한 편이죠.”

한지에서 터져 나오는 보풀의 따뜻한 질감에 대한 찬사도 아끼지 않는다. 한지에서 부풀어 일어나는 가는 털을 보풀이라고 하는데, 한지그림은 보풀로 모든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색깔과 표현력에 매우 강하다는 잇점을 강조한다.

그 결과 2004년 9월 첫 작품전을 열기 이전에 서울 인사동 조형갤러리 한우리 공예회 회원전, 삼성 프라자 회원전 2회, 대한민국 한지대전(전통부문) 입상, 전통현대공예대전(한지화)에 입상을 하게 된다.

“사실 예술을 한다는 것이라기 보단 ‘한지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져 들었던 것이고,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누구라도 바라보았을 때 ‘예쁘다’, ‘아름답다’는 것을 추구하다보니, 자연 속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나무, 꽃, 식물, 들판, 바다, 강 등을 한지그림으로 완성해 내게 되었다.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재를 화폭에서 재생시킨 송 작가의 한지그림에는 여백이 들어갈 틈이 별로 없어 보인다. 소위 여백의 미를 살린다는 흐름을 쫓아가기 보단 화폭이 꽉 차도록 풍성해 보이는 흐름을 추구하는 편이다.

최근까진 이러한 자연 속의 소재를 찾아서 창작행위를 해 왔지만, 얼마 전부터는 새로운 단계의 한지그림 창작을 시도해 보고 싶다는 속내도 밝히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시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작품창작의 큰 변화를 기대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의 표출로 보였다.

그렇다고 걱정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전시회를 하는 과정에서 호평을 받고, 세인의 관심에 둘러싸여 보기도 했지만, 아직 지역사회에서 한지그림 공예를 종합적으로 관람,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의 부재가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었다.

작가들의 작품들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적정 규모의 상설 전시공간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송 작가의 바람이 현실화된다면 현재까지 소유하고 있는 모든 작품들을 기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많은 사람들이 함께 감상하고, 사용하고, 참여할 수 있는 대중화에 대한 목마름이 깊다는 해석으로 다가왔다.

예순 살을 훌쩍 넘어도 그림과 공예에 대한 창작열이 깊어지고 있지만, 사회활동에서 부딪치는 낯설음에 조금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일종의 보이지 않는 폐쇄성이 강고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었다. 고향으로 이전한 직후인 2011년 2월 야심차게 개관한 <천연지예, 한지그림 갤러리>를 찾는 애호인들이 아직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한지그림 공예에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희망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 사람들의 지혜와 기술이 보태어진다면 아직은 낮은 희소가치 때문에 허덕이는 한지미술계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믿음도 강한 편이다. 안동지역에서 생산되는 한지의 품질이 아주 우수하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될 때 젊은 인재들의 관심과 참여도 활성화될 것이라는 믿음이 컸다. 현재 안동대와 가톨릭상지대 평생교육원에서 강의와 실습을 겸한 후진양성에도 열성이다. 하지만 취미로만 여기는 풍토 때문에 단단하게 정착하기 위해선 가야할 길이 멀었다고 말한다.

안동에서 연 첫 전시회 <천년의 숨결>에서 ‘정신문화의 수도인 고장이며 예를 중하게 여기는 안동에서 한지의 아름다운 변신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언급한 송인영 한지그림 공예가. 최근에 열린 초대전의 테마를 <천연지예, 한지의 외출>로 잡았다. 작업공간에 머물고 있는 한지그림 공예를 본격적으로 외출시켜 신바람나는 만남과 공감을 불러일으키겠다는 포문을 연 셈이다.

<본 기사글은 컬쳐라인(2013/10호)에 게재될 예정입니다.>

善讀 / 宋寅英 한지그림 공예가
☞경북 안동시 운안동 446-1번지 한지그림 갤러리 천연지예
☎ 054-856-7764 / H.P 010-3587-4269
e-mail: sun-hanji@hanmail.net / 네이버 카페: 천연지예한지그림공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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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회~5회 개인전시회, 단체전 다수
- 대한민국 새하얀 미술대전(한지화) 최우수상
- 대한민국 미술대전(한지화) 입상
- 대구 미술회화대전 금상(한지화)
- 장한 한국인상(문화예술근장)
- 한국공예진흥원 대구경북 그림분과 회장
- 대한민국 새하얀 미술대전(한지화) 운영 심사위원, 초대작가
- 대한민국 정수미술대전 심사위원
- 대한민국 미술대상전 심사위원
- 조달청 선정(한지그림공예) 우수기능인
- 대한민국 전통공예협회 천연염색 이사
- 미지담한지그림연구회 회장
- 천연지예 공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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