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아트디렉터 <한젬마> 참여로 시작부터 유명세
“저는 서부리에서 사람이 보였습니다.”
지난 1973년 안동다목적댐 건설과 함께 수몰된 주민들이 집단이주해 살고 있는 일명 <서부단지>의 정식 주소명은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이다. 그동안 이곳 주민들은 “안동지역 내부에서조차 버린 자식 취급을 받아 왔던 낙후와 침체의 대명사”라며 항변을 쏟아냈다. 그러던 서부단지 내에 최근 미묘한 변화의 조짐이 일렁거리고 있다.

적지않은 파장을 불러 올 것으로 예측되는 변화의 주인공은 <서부리 이야기가 있는 예술마을 조성사업>이다. 9월9일 오후2시, 서부리 복지회관 2층에는 마을주민 170여 명이 빼꼭하게 모여 앉았다. ‘서부리 이야기가 있는 마을조성 기본설계 및 타당성조사 용역’ 중간보고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일명 ‘스토리빌리지 사업’의 구상을 듣기 위해 모인 대부분의 주민들은 60대를 넘긴 주민들이다.
서부단지의 스토리빌리지 사업준비에는 특별한 손님이 참여하고 있다. ‘그림 읽어주는 여자’로 유명한 아트디렉터이자 방송인 <한젬마> 이다. 한젬마는 서부단지가 이야기가 흐르는 예술마을로 탈바꿈하는 데에 창의적 기획을 보탤 대표급 예술인이다.


한젬마 아트디렉터는 “서부단지를 상공에서 바라보면 ‘장화를 쓴 사람얼굴’ 로 보인다. 지금부터 서부리를 서씨 성에 이름은 부리라고 불렀으면 좋겠다. 서부리 氏로 부르자는 것이다”고 열변을 토했다. 다시말해 서부리를 사람으로 보았다는 것이다.
서부단지 라는 공간에 스며들어 있는 역사성과 문화성, 전통도시로서의 이미지 등을 미술적 시각으로 재생시킨다면 주민의 삶도 개선될 뿐만 아니라, 전국각지에서 관광객이 찾아오는 새로운 예술마을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 설명의 요지이다.
이를 위해 일본이 자랑하고 있는 ‘에치고츠마리’와 ‘나오시마’의 사례를 충분히 벤치마킹하면 서부단지의 재생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의 서부단지라는 마을자체가 자산이고, 문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예술(미술적) 감각 획득과 주민들의 참여가 이뤄지면 스토리빌리지 사업의 성공을 보장받을 수 있다고 장담했다. 또한 인근지역에서 시작될 3대문화권사업과의 연계 또는 협력프로그램을 적용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중간보고회 설명을 듣고 몇몇 주민의 질문이 이어졌다. 교육계 출신인 이영훈씨는 “사업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번 사업이 오랜 세월 지역에서 묵묵히 버텨온 주민들에게 실질적인 생계 도움이 되고,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 있는 주민밀착형 프로그램 확보와 예산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동시 관계자는 “이번 용역연구안은 마을골목정비와 공공건물 외벽 아트작업, 빈집 프로젝트, 벽화골목 조성, 아트캠프 및 마을축제, 지역먹거리 개발, 특산물 판매장 설치 등 이주 주민들의 애환과 마을역사를 예술에 담아 마을 전체가 관광자원화 할 수 있는 방안에 중점을 두었다”고 전했다.
이에 11월에 제출될 최종보고서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도산면 서부리가 내재하고 있는 공간과 시간, 인물과 역사, 물(水)과의 함수관계, 지역속의 소중한 정신 등이 어떤 의미로 표출되어 창의적 마을로 발돋움하게 만들 수 있을까 이다.
한편, 일본의 ‘에치고츠마리’ 사례는 인구과소화와 고령화로 침체화 일로를 걷고 있는 산간지역 마을에 활력을 불어넣은 대표적인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손꼽히고 있다. 지역에 내재된 다양한 가치를 예술을 매개로 발굴하여 지역재생의 활로를 개척한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