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안동인가? 정신문화의수도 안동인가?
행복안동인가? 정신문화의수도 안동인가?
  • 정홍식
  • 승인 2013.04.25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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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인시론> 정홍식(대구경북 지역정책 연구소장)

(대구경북지역정책연구소장)
어느 날 갑자기 이름조차 생소했던 지역이 전국적 명소로 각광받기 시작한다. 80년대 이후 기업경영에서 시작된 브랜드전략이 유행처럼 지자체 사이에 번져 새로운 도시이미지 창조로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시켜 온 결과이다. 나비도시 함평, 곤충도시 예천, 녹차수도 보성이 그렇다. 이들 도시는 기발한 상품의 마케팅으로 도시브랜딩 전략에 성공한 지역들이다.

반면 지역의 역사성과 문화유산을 토대로 도시브랜드를 재창조해 지역가치를 높인 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대한민국 녹색쉼표 단양, 자연치유도시 제천! 이들은 기존에 형성된 지역이미지를 바탕으로 향토인물, 문화, 자연환경, 시설의 일관성 있는 브랜딩과 정체성, 차별성, 경쟁력 등 전략적 접근으로 도시 품격을 높여 전국 지방자치단체 최고 국가브랜드 대상의 영예를 차지한 도시들이다. 그러나 여전히 전국의 수많은 지자체는 엇비슷한 컨셉의 모방, 답습으로 그 도시만의 진정한 정체성과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 채 표류하며 도시브랜딩 경쟁의 사각지대에서 사활을 다투고 있다.

다행히 우리 안동은 이미 2001년부터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브랜드의 이론적·학문적 정립과 당위성에 대한 지속적 마케팅으로 마침내 2006년 특허청으로부터 인준 받았다. 2010년에는 지자체 최고 국가브랜드 대상도 받아 여타의 도시가 시샘 할 만큼 도시브랜드 경쟁에서 우위를 선점하기도 했다. 그 성과는 17만 시민을 비롯해 현재를 살아가는 50만 안동인 모두의 무한한 자부심과 자존감의 원천이 되어 있다.

그런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이 최근 사라지고 있다.

인터넷상의 기관 색인어에서부터 SNS, 옥외전광판과 현수막, 시내버스와 버스정거장, 시 역점시책은 물론 주요업무계획과 시정성과에 이르기까지 이제 시는 더 이상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을 표방함에 인색하기 짝이 없다. 대신 권영세 현 시장의 선거 슬로건이었던 “품격 높은 도시, 풍요로운 시민, 행복안동”이 그 자리를 메꾸어 가는 형국이다.

시장이 바뀌면 시정목표와 역점시책은 당연히 바뀌기 마련이다. 그러나 정신문화의 수도 브랜드는 우리의 역사, 인물, 환경적 요인에 근거해 17만 시민 모두가 주체가 되어 십 여 년 가까이 준비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만들어 놓은 절대 가치가 아닌가? 단체장이 바뀌고 시정목표가 수정되었다고 연속성과 지속성이 담보되어야 할 도시브랜딩 전략이 그 단체장 중심으로 교체·수립되어 치적과시용으로 변질된다면 이 보다 더 위험한 일이 또 어디 있으랴?

지난 2010년, 우리는 현 시장 취임 이후 행복안동자문위원회가 발족해 민선 5기의 싱크탱크 역할 뿐 아니라 시민과 소통·가교 역할을 수행해 줄 것을 주문하던 그 9월을 선명히 기억하고 있다.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기대도 여전히 기억한다. 그러나 시 주관행사는 물론 민간 주최 행사에까지 억지춘향 격으로 덧붙여지기 시작한 행복안동의 모호함과 어색함! 어디 그 뿐인가? 청사 내 각종 공문서에서부터 행복안동실현을 위한 시장조치사항 보고회, 행복안동만들기 워크숍, 언론사에 보도자료로 일괄 배포된 행복안동 기고문에 이르기까지 그 일련의 행태는 참으로 불편하고 어색하기 짝이 없다. 나름 시정목표에 대한 이론적 정립과 여론 확산을 통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목표였겠으나 일방적 강요에 의해 마주치게 되는 행복안동의 불편한 속내는 여전히 뗄 칠 수가 없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 김관용 지사의 도정목표보다 더 빨리 행복안동을 선언한 시장의 시대적 감각이 뛰어나지 않냐는 우스갯소리도 들려온다.

존폐위기에 놓여 있는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 브랜드!
시장에게 경을 쳐야 할까? 아니면 눈치조차 채지 못했을 저 시의회와 정치권에 회초리를 들어야 할까? 여전히 우리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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