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연재> 배옥의 안동팔경 유람기
<기고연재> 배옥의 안동팔경 유람기
  • 배 옥
  • 승인 2009.03.09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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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장 선어모범(仙漁暮帆)

안동팔경 유람기

제 1장 선어모범(仙漁暮帆)

“나으리 이제 곧 안동에 듭니다”
나귀를 끌던 종복이 고하자,
“험, 내 잠깐 졸았나 보구나. 어디 예가 어디냐?” 희끗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노객이 길을 묻는다.
“이제 막 송내(松川)를 지나 선어대(仙漁臺)로 들었나이다.”
“오호 선어대, 과히 신선이 탐낼 경관이로다. 아니 저것은 황포돗대가 아니냐?”
“예 나으리, 동래포구에서 소금을 실어 영양까지 오르는 소금배 같사옵니다.”
“그래, 뱃전에 부셔지는 파도에 눈이 부시는 구나”
“예 나으리, 산란기를 맞은 은어 떼가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사옵니다”
“그래, 은어 떼란 말이지? 참으로 장관이로다. 잠시 나귀를 세우거라. 내 여기서 잠시 쉬어가야 겠구나”
“나으리, 선어대는 물이 맑고 깊어 예부터 안동부의 첫째가는 자랑거리라 하옵니다”
“과연 강이 참으로 맑고 푸르구나, 솔도 푸르고 하늘도 푸르고 강도 푸르니 그리 인재가 끊이지 않는 게지, 오죽하면 영남인재의 절반이 안동에서 난다 하지 않았겠느냐, 그런데 이 비린 듯 한 내는 무엇인고?”
“아마 영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염장한 배가 막 지난 듯 하옵니다”
“염장한 고등어? 오호라 안동에 가면 자반고등어가 있다더니, 어디보자 저녁도 되었으니 어디 가까운 주막에라도 들려 자반고등어 맛이라도 봐야겠구나, 사공을 부르거라 ”
“예, 나으리, 강을 건너면 곧 마뜰(안동시 용상동의 옛 지명) 주막 이옵니다. 빨리 서두르지 않으면 선어대 산머리를 타고 다니는 산적 놈들이며 반변천을 끼고 돌아 다니는 수적 놈들을 만나기 십상 이옵니다”
“어허~ 세상살이가 어찌 그리 각박한지, 한 세월 다 보낸 나이라지만 갈수록 세상살이가 어려워서야 어디 양인들이 살아남을 수 있으려나 모르겠구나!”
“그러게나 말이옵니다. 나으리 마침 배가 왔으니 오르시지요”
“석양에서 이렇듯 아름다운 경관이나 아침이면 더욱 빼어날 것이 아니냐? 과히 안동 1경이라니 안동은 뫼와 내가 이렇게 힘 있게 흘러 인재가 끊이지 않는가 보구나. 자네 말대로 은어 떼로구나. 산란을 위해 내려간다구?”
“예 나으리 태초에 태어난 곳으로 향한다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에서 나서 강을 거슬러 올라 이렇게 맑은 급류에만 살며 가서 자란 놈들이 태초의 어미 향을 찾아 바다에 이르러 산란을 하고 죽음을 맞이한다고 합니다”
“참으로 귀한 물고기가 아니냐? 하물며 물고기조차 고향을 잊지 않고 살아간다는데…….”
“…….”

“석양에 부서지는
물길 따라 객은 가고
고개 들어 반기는 이는 고향 찾는 은어떼
노을빛 찬란한 갑옷
초야의 선비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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