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길의 발라드
행복한 길의 발라드
  • 량옥화
  • 승인 2012.09.28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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량옥화(연변과학기술대 국제무역학과 3년)

제2회 중국 연변 이육사문학제 이육사문학상 대상작-수필

아침에 눈떴을 때 갑자기 숨이 탁 막힐 듯 답답해질 때가 있다. 내 책상가득 흐트러진 책들, 여기저기 쌓인 먼지들,,,이 모든 것은 치열한 내 삶의 흔적들이다. 아침에 눈을 뜨기 시작해서부터 나는 또 어제와 같은 하루를 시작하게 된다. 이런 내 모습이 익숙하나 낯설다. 그리고 애처롭다. 가끔 이런 소용돌이 같은 내 생활에 불끈 화가 나기도 하고 인생의 허무함 같은 것이 밀물처럼 밀려와 한방에 내 이성을 흐트려 놓기도 한다. 이럴 때면 머리 속을 스쳐 지나는 모든 생각들을 일시 정지시키고 풍선처럼 허공에 두둥실 떠오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그것이 아주 짧고 불완전한 비행일지라도 말이다.

이렇게 불완전한 하루가 시작되는 날, 나는 가벼운 옷차림으로 주변을 발디뎌 걷기 시작한다. 은은한 발라드음악과 함께 세상을 가볍게 걷는다. 아침 일찍 운동 나온 경비아저씨와도 인사하고 처음 만나는 누군가와도 오랜 친구를 만나는 듯 반갑게 웃어준다. 그러다보면 오래 동안 내 발걸음이 나의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곤 한다. 왜냐하면 걷다보면 나 자신을 이해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기분이 좋아져 세상 살맛난다는 엄마가 들으면 애어른이라 할 감탄사들이 절로 나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상의 사소함으로부터 나의 아침은 풍성해지기 시작한다.

그동안 하는 일 모두가 걷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내 마음이 중요한 것을 잃어버린 듯한 기분이었고 그래서인지 웃고 있는데도 어느 순간 덜컥덜컥 마음이 내려앉곤 했다. 그래서 알 수 없는 무언가를 쫓는 것만으로도 늘 내면의 불안에 더욱 시달렸던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이 일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가끔은 이렇게 모자이크처리가 필요한 법인 듯 싶다.

모든 일을 내려놓고 걸을라치면 나는 방랑자가 되기도 하고 철학자가 되기도 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이 수천 년 전부터 우리 선조들도 걸었던 길이고 또한 나의 자손들도 걷게 될 길이라 생각하면 내 자신이 그렇게 의미 있는 존재였구나 하는 게 맘속깊이 되새겨진다. 오늘의 내 걸음하나하나가 고대 모씨 사회의 여인들과 먼 미래 미지의 세계를 살아갈 사람들과 연결된다고 생각하면 나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렇게 팍팍한 일상에 치여 답답하던 숨통이 조금 열리는 듯 하고 마음의 고요가 잇따르니 부담스럽게만 느껴지던 꿈의 무게가 이젠 정겹게 느껴지고 더욱 윤곽이 잡히는듯하다.

조금씩 온유한 마음으로 이길 끝까지 걸어가며 부담 없는 휴식의 순간을 즐기고 있는 내 가슴속에는 더욱 선명해진 꿈과 함께 내 모습은 청초한 아침에 하나의 풍경이 되는듯하다.

돌아오는 길, 나는 내 꿈을 그 길속 어딘가에 묻어두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내 꿈이 스며든 위치를 눈여겨봐주었다. 그것을 다시 찾아 꺼내려는 게 목적이 아니다. 먼 훗날 이곳에 다시 오게 되었을 때 이시절의 나와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내 꿈과 내가 사랑한 이 추억들에 웃음 짓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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