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단적인 예가 불특정다수에 대한 범죄라고 한다. 얼마 전 지하철역에서 한 승객이 다수의 시민에게 칼을 휘둘러 8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있었는데 피의자가 경제적으로 너무 궁핍한 나머지 전혀 관련 없는 불특정 다수에게 이러한 화풀이성 범죄를 저질렀다고 한다.
이 뿐만 아니라 이러한 계층간 집단간 갈등 때문에 정부의 각종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토론은 실종되고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경우가 너무 많고 심지어 사회적 화합을 이야기해야 할 종교 간에도 대립과 갈등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급속하게 경제 성장을 이루는 과정에서 소득 향상은 이뤘지만 토론문화의 부족과 경제 수준에 걸맞은 분배 정의 실천이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갈등은 마침내 우리가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데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고 한다.
얼마 전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라는 곳에 갈 기회가 있었다. 마을 앞의 송림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마을 곳곳과 집집마다 쌓여져 있는 돌담이었다. 쌓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대개는 돌담에서 이끼가 낀 것으로 볼 때 족히 백 년은 더 되었음직한 것들도 많았다.
혼자 돌담길을 천천히 걸으면서 생각한 점은 ‘우리도 이 돌담처럼 서로가 배려하고 양보하는 조화로운 사회를 만들 수는 없는가?’하는 것이었다.
돌담에는 어느 누가 쌓았는지 이름도 적혀 있지 않고 언제 쌓았는지에 대한 기록도 없지만 각양각색의 돌만 가지고 시멘트 한 점 없이 백 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도록 어떻게 굳건하게 돌담이 지탱될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 이를 데 없었다.
그동안 그런 돌담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찬찬히 훑어보니까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대단한 원리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었다. 서로가 모여서 큰 돌은 전체적인 힘의 균형을 잡아주고 모난 돌은 둥근 돌의 빈 공간을 메워주고 작은 돌은 작다고 하찮은 것이 아니라 큰 돌, 둥근 돌, 모난 돌이 무너지지 않도록 사이사이에 끼워져서 돌담이 튼튼하게 유지되도록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돌 하나씩 개울에 버려져 있으면 하나의 잡석에 불과할 테지만 이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워주면서 마침내 돌담이라는 아름답고도 역사적인 조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이러해야 하지 않을까? 나만 잘 났다고, 우리만 옳고 상대방은 무조건 그르다고 생각하면 계층과 집단간의 불화는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다. 돌담의 경우처럼 약자라도 소수자라도 작은 돌처럼 돌담이 무너지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둥근 돌들만 가지고는 힘의 균형이 맞지 않아서 돌담을 쌓을 수 없다. 비록 모난 돌이지만 둥근 돌 사이의 공간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때마침 올 겨울은 대통령 선거의 계절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나서는 후보들은 저마다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통령만 통합의 리더십을 가진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올 가을에는 잠시 시간을 내어서 한적한 시골마을의 돌담길을 걸어보자. 이끼 낀 돌담을 보면서 오랜 세월도 생각하고 옛 추억도 생각하며 낭만적으로.
그리고 내 자신이 돌 하나라고 생각을 해 보자. 모난 돌이든 둥근 돌이든 큰 돌이든 작은 돌이든. 나만 잘난 것이 아니라 어느 돌 하나라도 빠지면 큰 돌담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만다는 것을. 이처럼 모든 사람들의 다 중요한 존재라는 것을.
사회 계층간 집단간의 갈등 해소는 정책 결정자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나뿐만 아니라 서로를 배려하고 보완해 주는 돌담의 조성 원리처럼 상대를 절대적으로 배려하는 기본적인 생각을 가질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