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인칼럼]
말 없는 다수를 향한 바보들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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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없는 다수를 향한 바보들의 행진
  • 마창훈
  • 승인 2012.02.2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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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 마창훈 기자>

[경북인 칼럼]

말 없는 다수를 향한 바보들의 행진

(영남일보 마창훈 기자)

무엇인가를 잘라야할 때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이 있다면 칼과 가위, 톱 등이다. 이 도구들은 ‘절단한다’는 목적성에서 볼 때 용도는 같다. 하지만 잘려지는 객체의 재질과 자르고자 하는 사용자의 취향, 그리고 어떤 형태로 자를 것인지 등을 생각하면 같은 칼이라도 크기와 모양 등에서 다양한 도구가 사용됨을 알 수 있다. 물론, 가위와 톱도 마찬가지다.

뜬금없이 칼이나 톱과 같은 섬뜩한 도구 이야기로 서두를 장식한 이유는 이렇다. 인간이 일상생활 속에서 특정 행위를 행함에는 분명한 목적의식이 있다. 또 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고민 역시 항상 지속돼왔다. 여기서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사람들은 그 때 상황에 적합하거나, 또는 효율적이고 올바른 결과를 도출해내기 위한 노력을 무의식적으로 하게 된다. 여기에는 평소 축적된 다양한 정보와 이를 활용한 적절한 판단력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각설하고 자르기 위한 간단한 행위에도 상황에 따라 적절한 도구가 필요하듯, 다양한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인간사회의 경우에는 어떨까. 두 말할 여지가 없다. 특히 지역 각계각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이라면 그 적절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을 것이다.

되돌아보면 5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강행된 언론탄압 당시 군사정권은 공영방송을 빌미로 방송국을 통·폐합했다. 또 신문의 경우 조·중·동을 비롯한 몇몇 중앙일간지와 함께, 지방의 경우 ‘1도 1사’ 원칙에 따라 광역자치단체마다 1개의 신문사를 제외하고 나머지는 강제 폐간했다. 당시 명분이 걸작이었다. 표면으로는 ‘신문사 난립에 따른 언론사의 횡포와 사이비 기자의 폐해 등의 예방’이었지만, 속내는 따로 있었다. 국민의 눈을 멀게 하고 귀를 어둡게 하기 위한 음흉한 노림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이제는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1990년대 초 언론자유의 바람이 불었다. 말 그대로 일간지는 물론, 중·소도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주간지에 이르기까지 마치 우후죽순 격으로 도처에서 솟아났다. 모든 관심사가 기득권층과 수도권에 치중하던 것에서, 드디어 지방과 서민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의 장이 열렸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두가 내 마음 같지 않았기에 불미스런 일도 있었고, 또 그로 인한 폐해가 속출했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느냐’는 말에 한 표를 던져준 독자들과, 이를 지지기반으로 착각(?)하고 끝까지 물고 늘어진 좀 덜떨어진(?) 늙다리 청춘들이 끈질기게 살아 있었다는 점이다. 어쩌면 그들이 있었기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언론이 그나마 명맥을 이어온 것이라고 생각 한다면 혼자만의 착각일까.

사실 지역에서 지역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또 지역의 눈높이에서 각종 사안들을 걸러내는 행위를 지속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이를 위해 감내해야하는 종사자들의 고통이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다. 물심양면으로 엄청난 인내를 요구하는 이 일련의 과정 속에서 정말 견딜 수 없을 정도의 고통은 따로 있다. 지역 민심을 제대로 짚어내고 반영하기 위한 노력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가치와 기준도 없는 일부 언론의 작태가 그것이다. 특정한 세력이나 인물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거리낌 없이 여론을 왜곡하고 조작하는 행위를 일삼는다면 말 그대로 사회의 암적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3살을 맞이한 경북인신문은 더욱 돋보이는 것 같다. 오래도록 살아남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굵고 짧게’가 아니라, ‘가늘고 길게’ 말이다. 욕심을 좀 더 부린다면 ‘가늘고 길게’에다 ‘할 말은 하면서’를 덧붙이고 싶다.

마지막으로 사족을 단다면 이렇다. 정말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좀 덜떨어진 늙다리 청춘들의 광기가 3년째를 맞았다. 여기에다 그 광기를 지속시키기 위한 몰지각(?)하고도 발칙(?)한 고집이 현재 진행형이라는 사실에 한 때 안동을 기반으로 하는 신문에 몸담았던 사람 중 한명으로서 뿌듯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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