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창작자들 작품화에 큰 도움된다 반색
<유경상의 경북의 오늘-38>
■ 한국국학진흥원의 ‘스토리테마파크’ 개설의 의의와 전망에 대해
- 유경상의 경북의 오늘 38회(2012년 2월 15일)

질의1. 유경상 기자님, 안녕하십니까? 먼저 국학진흥원이 인터넷에 개설한 ‘스토리테마파크’의 목적과 그 의의에 대해서 어떤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까?
● 예 먼저, 이번에 한국국학진흥원에서 개설한 스토리테마파크는 한마디로 말해, 조선시대 사람들의 일기를 번역한 웹사이트이기 때문에,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고요. 그것도 6백여 개의 이야기 소재가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옛날 이야기 창고’다, 또는 ‘최첨단 옛이야기 보따리’다 말할 수 있고요.
그런데 이런 일기라는 것이 선비들이 한문으로 기록한 것들이었기 때문에 작가들이나 일반인들은 옛 자료에 접근하기가 어려웠었다는 것이죠. 이 장벽을 없앴다는 의의가 크다고 볼 수 있고요. 과거 국가의 공식적인 기록물이었던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와는 다르게 선비들의 일기에는 민간에서 일어난 수많은 희노애락인 일상적인 생활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선비들의 일기류는 기획된 집필이나 문집류와는 다르게 조선시대의 생활사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역사와 전통이 담겨 있는 대중적인 기록자료로 활용되어질 수 있다는 것이고요. 조선시대 선현들의 삶이 스토리라는 이야기로서 우리들의 삶 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래서 조만간에는 전문가들에 의해 스토리텔링 사업으로 창작될 것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의2. 지난 2월 7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조선시대 일기류를 가공한 이 전통문화콘텐츠 소재 뱅크의 보고회와 함께 시연회가 열리지 않았습니까? 전문가들의 관심도가 매우 높았다고 하던데요?
● 예, 이번에 개설된 스토리테마파크는 사실 준비과정에서부터 한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다큐멘타리작가, 드라마 작가·피디들과 몇 차례 워크숍을 거쳤다고 합니다. 창작자들 입장에서는 대단히 중요한 창작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착안을 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왜 이들의 자문과 의견이 중요하냐? 하면요. 결국은 현장에서 활동하는 창작전문가들이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시나리오을 만든다는 것이죠.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나 교육용 출판 전문가들의 관심도 매우 높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국학진흥원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정확한 기록물을 1차적으로 번역해 전달하는 역할을 했다, 이렇게 볼 수 있고요. 향후 2차적인 과제로는 전문가들이 창작과정에서 다양한 소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거죠. 이러한 상호역할에 대해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자리를 열었다고 볼 수 있고요. 이 행사에서는 KBS 역사스페셜 총괄팀장인 장연주 피디와 드라마 ‘성균관스캔들’과 ‘해를 품은 달’ 원작출판사의 이문영 대표가 주제발표를 했고요. 창작관련 전문가들도 약 250여명이 참석을 해 성황을 이뤘다고 합니다.
그리고 만화 ‘이끼’의 작가인 윤태호씨는 “현업작가들로서는 보물창고를 얻은 것과 같다”고 평가했고요, 시나리오 작가 김정미씨는 “세계적인 콘텐츠인 해리포터 시리즈도 영국의 신화가 발굴되고 집적되면서 나온 성과물이다, 작가들로서는 역사적 사실을 많이 알아야 직조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데 그런 점에서 반갑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에게는 생생한 역사적 사실이 제공된 만큼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긴 셈이다. 이렇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질의3. 스토리테마파크 사이트에는 흥미와 함께 교훈이 담긴 이야기 소재들이 많다고 합니다, 분류는 어떻게 돼 있고, 어떤 사례들이 있습니까?
● 지난해에 6백여 건의 옛이야기가 디지털로 자료화 됐고, 올해에도 약 6백여 건의 이야기가 추가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1만여개 이상의 다양한 이야기 소재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하는데요.
현재 ‘스토리 테마파크’에는 서원일기 101건, 유산일기 119건, 전쟁일기 75건, 생활일기가 206건, 사행일기 25건, 분쟁일기가 101 건이 올라와 있습니다. 내용도 다채로운데요. 과거를 앞둔 아들을 위해 이전 합격자의 붓을 빌리고, 규격에 맞는 시험 답안종이를 마련하기 위해 애를 쓰는가 하면, 시험장의 좋은 자리를 다투기도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또 서원을 세울 때마다 불려가서 동원돼야 했던 승려들의 모습, 공사 일을 하러 왔다가 월급을 못 받아 감독관과 싸운 목수이야기, 양반이 노비의 제사나 첩의 삼년상을 치러주는 모습도 있고요. 손자가 학문을 게을리 하자 매를 들었다는 이야기, 심지어 말 도둑을 잡으려다 살인사건으로 비화되는 형사사건의 전말이 기록되어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기록들을 읽다가 보면 알려지지 않은 기록에서부터 흥미로운 소재까지 조상들의 다양한 생활상과 생각들이 마치 손에 잡힐 듯이 훤히 보이게 된다고 하는데요. 일상적 삶에 있었던 희노애락이 지금과 비교해 봐도 별로 달라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예를 들면, 도망가는 노비 때문에 힘들어 하는 양반의 모습이나, 보리고개에도 환곡을 받아야 생활이 연명되는 일상들, 자식의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억지로라도 한 줄씩 기록하는 일기 등에서는 인생사의 슬픔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고요.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모르는 피난길에서도 하루의 일상을 그대로 기록한 것은 삶의 공포를 그대로 드러내 준 일기이다, 이러한 여러 가지 특징이 다 포함돼 있습니다.
질의4. 문화콘텐츠 창작자와 드라마 작가 등 언론의 관심도가 높아진 이유는 어떻게 설명이 가능한 것입니까?
● 맞습니다. 언론의 관심도가 상당히 높은 편인데요. 중앙일간지와 방송사에서 이 뉴스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들여다 보면요, 우리나라를 드라마 왕국으로 볼 수 있는데요. 지구촌으로 한류열풍에 기여를 하고 있는 형편이죠. 현재 방영중인 ‘해를 품은 달’은 물론이고요, 얼마 전 방영됐던 ‘뿌리깊은나무’나, 드라마 ‘대장금’ 등은 전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런 사극들이 국민의 삶과 생각에 미치는 영향이 엄청나게 큰데도 불구하고, 흥미와 선정적으로 흐른다는 우려도 있다는 것이죠.
사극마저 너무 흥미위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은 다시말해 과거 우리역사와 전통에 담겨 있는 기록자료에 접근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는 것이고요. 드라마나 영화의 내용을 창작하는 분들이 역사나 전통 기록자료에 쉽게 다가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시급했는데, 때마침 스토리테마파크가 이런 갈증을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선현들이 남긴 많은 기록자료에는 우리조상들이 실제로 어떤 문화전통으로 살아왔는가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이런 측면에서 관심도가 매우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보여 집니다. 있는 그대로의 선현들의 삶을 제대로 엿볼 수 있는 기회도 되고요, 동시에 감동과 교훈이 담긴 이야기가 다양한 소재로 창작될 기회가 많아졌다고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국학진흥원의 김병일 원장의 경우, “21세기가 공감의 시대”라고 한다면 “옛 이야기에는 공감을 이끌어내 사람들의 삶을 순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사실 드라마 대장금이나 영화 왕의남자 같은 경우도, 조선왕조실록에 단 몇 줄로 기록돼 있는 것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창작된 사례로 볼 수 있다는 것이죠. 또 그동안 우리나라의 문화창작물이 너무 정치사에 치우쳐 있었던 점도, 이번 일기류의 생활사가 계속 복원된다면 민중사의 재현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여론으로 보여 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