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지역비전 점검과 참여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 역할이 크다
지난해 가을부터 불어 닥친 안철수-박원순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정치라는 태풍은 기존 정당에게는 자업자득이었다. 국민대다수가 ‘바꿔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은 특권정당으로 군림하며 버티기만 했다. 견디다 못한 표심이 반한나라당 정치정서로 바뀌었고, 그 가운데 표심을 차지한 것은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을 중심으로 한 범야권정치세력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의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이 연일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때는 바야흐로 총선의 계절이다. 겨울바람이 차지만 후보자들은 ‘내가 당선돼야 한다’고 호소하고 다닌다.
경북지역 15개 선거구도 다양한 인물군이 출사표를 던졌다. 비록 한나라당 계열이 다수라는 점이 아쉽지만, 당파를 떠나서 지역과 주민들의 사회정치적 이해를 잘 대변하는 선거전을 준비했으면 한다. 하지만 당장 안동지역을 볼 때 그 후유증이 녹록치 않을 것 같아 걱정부터 앞선다.
17일 권오을 예비후보의 기자회견으로 표면화됐지만 갈등폭발은 일찍부터 예견되었던 게 사실이다. 오래전부터 소(小)충돌이 빈번했었기 때문이다. 길게 갈 것도 없다. 지난 1년간 쌍방은 각자의 지지층을 다지고 좋은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해 많은 행사를 치렀다. 그 과정에서 격돌의 두 주체가 경계를 넘어서는 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됐다. 누가 먼저 원인을 제공했느냐 식의 ‘닭이냐 달걀이냐’ 논쟁은 4월 11일까지 갈 것 같다. 우리는 이미 2000년 총선에서 지역의 큰 정치세력의 갈등과 충돌이 남긴 상흔을 오랜 세월 겪어보았다. 그 결과 이웃사촌을 소 닭 보듯 살기도 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철저한 정책토론이 경쟁의 중심에 놓여 져야 한다. 하나의 예로써 ‘3대문화권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선거용으로 쓰여 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재의 논쟁수준은 주마간산 관광하듯 대충 훑어보는 정도로 보인다. 예를 들어 도산면 동부리 월천서당을 중심으로 실시설계 중인 세계유교선비문화공원과 한국문화테마파크가 꼭 그곳에 어떤 연유로 건설 계획됐는지부터 소상히 밝히는 것에서부터 논쟁이 촉발돼야 한다. 이것은 김광림 의원의 몫이다. 마찬가지로 권오을 예비후보는 3대문화권사업에 큰 문제점이 무엇인지부터 정확하게 얘길 풀어내야 한다. 그리고 안동시에서는 성곡동 안동문화관광단지의 진척도와 비전을 시민 앞에 설명해 내야 한다. 정치와 행정의 영역이 뒤엉켜 버리고, 모든 지역현안이 선거용 소용돌이에 묻힌다면 이건 지역역량의 낭비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의 몫은 무엇인가? 비록 그 구성층이 얇다고 해도 누가 더 낫고 부족하다는 심판행위는 정치권의 몫이 아니다. 정치권은 목전의 승부에만 집착하는 경향성이 짙기 때문이다. 이러 때일수록 ‘그게 그것이고, 뭐가 다르냐’는 식의 일면(一面) 정치판만 봐서는 안된다. 시민단체와 지식인사회가 안고 있는 딜레마를 일견 이해한다. 다수가 범야권적 시각을 가지고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당장 야권후보가 없다고 손 놓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러나 지역총선 판에서 할 일이 없다고 치부하기엔 이번 총선은 미래 청사진를 놓고 다투는 중요한 토론의 장이다. 공과를 확실히 따지든지, 비전을 제출하든지 지역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
시민유권자의 몫이 제일 크다. 다수는 말없이 지지향배를 맘속으로 결정할 것이다. 그러나 열성지지층들의 요란한 움직임이 감정적으로 부딪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최근 인터넷신문 선거기사에 댓글이 인식공격으로만 흐르고 있다. 익명성을 악용해 마치 배설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표현방식과 논쟁의 수준은 그 지역의 수준과 맞물려 있다고 한다. 재선을 향하든, 다시 입성해 사선을 달성하든 시민이 좀 더 편한 마음으로 선거를 바라볼 수 있도록 정치 환경을 만들어주길 바란다.
오랜 역사 속에서 인간은 공격적이고 실리적이고 이기적이라는 오래된 믿음이 흔들리는 시대이다. 오히려 인간이 근본적으로 공감하는 종(種)이라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이 영향력을 넓혀 가는 추세라고 바라보는 건 과연 어리석은 판단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