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유망한 안동의 산악인 故강기석 대원의 영결식이 지난 3일 거행되면서 지역 산악인을 비롯해 시민들의 가슴에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했다.
비록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대학시절부터 8,000m급 고봉을 섭력한 故강기석 대원은 대한산악계를 이끌어갈 차세대 유망주로 인정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 故박영석 대장이 이끄는 안나푸르나 코리안루트를 개척하기 위해 나선 등정에서 뜻밖의 악재를 만나 차디찬 雪山에 묻혀 끝내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

끝내 피워보지도 못하고 시들어버린 젊은 산악인의 죽음을 불러온 이번 안나푸르나 사건의 본질에 대해 산악계에선 다양한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산악계는 보조 산소기구나 고정 로프, 셰르파의 도움 없이 최소 인원으로 가장 짧은 시간에 정상에 도전하는 ‘알파인 등반’이 대세다. 기존 셰르파와 동료 대원이 루트를 개척하고 고정 로프를 설치해 놓으면 이를 잡고 정상에 오르는 등정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다. 이런 등정주의에 대한 자문에 따라 남이 가지 않은 새로운 루트를 개척하면서 상당히 위험한 코스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또한 생계와 원정 경비를 지원해 주는 후원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짧은 준비로 이번 원정에 나섰다는 의견도 일고 있다. 이 중 가장 설득력 있는 이유로 ‘최초’라는 성과에 휘둘려 ‘성과주의에 의한 상업등반’이 이번의 화를 불러왔다는 것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한 중견 산악인은 지난 3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이번 등반은 기업체 홍보마케팅 차원의 등반이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성과주의의 연속선상이었고, 자본의 논리에 휘둘려 산악인의 비극이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잖은 산악인들이 얼마 전부터 등산의류업체에 전속, 부분전속 등으로 소속돼 2~3년에 한차례 씩 이벤트를 한다. 이는 산악인을 죽이는 행위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故박영석 대장을 비롯해 故신동빈 대원, 그리고 故강기석 대원 모두 등산전문용품업체 소속이고 이번 원정도 그 회사의 후원을 받았다.
그리고 이번 등반에는 KBS가 처음부터 동행취재에 나서 ‘코리안루트’ 개척 시 특집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이었으며, LIG손해보험과 등산전문의류업체 노스페이스가 등반후원을 했다. 故강기석 대원이 이번 등반을 위해 잠시 휴직을 낸 소속팀도 골드윈코리아로 노스페이스와 같은 회사다.

山을 사랑해 山을 탔다가 끝내 그 山에 묻혀 돌아오지 못한 젊은 산악인에 대해 잠깐의 안타까움과 추모로 끝나서는 아니 될 것이다. 비록 정부로부터 체육훈장을 받았으나, 그가 태어나 공부하고 젊음을 불태웠던 그 열정과 순수함을 지역민들과 지자체 그리고 같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그의 산악부원 후배들이 몸담고 있는 대학은 그의 숭고함을 기려야할 것이다. 故강기석 대원의 이름을 딴 재단이라도 좋다. 뜻있는 산악인들과 주말이면 산으로 떠나는 동호인들만이라도 조금의 힘을 합친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2009년 히말라야 등반 시 방송관계자의 ‘만약 산에 올라갈 때 단 한권의 책을 가지고 올라간다면 무슨 책을 가지고 올라가겠냐’는 물음에 19세기 미국의 철학자이면서 소설가인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의 <월든>을 가지고 가겠다는 故강기석 대원의 말이 생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