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정치인들의 잔치로만 비판 여론도
지난해 말 구제역 발생으로 침체된 지역경제 살리기 일환으로 19일 하루 약 3천여 명의 희망구매 사절단이 지역의 전통시장 및 관광지를 찾았다.
약간의 황사로 하늘은 흐렸지만 20도를 웃도는 따뜻한 봄날을 맞아 전국각지에서 안동을 찾아온 것이다. 이들의 모습은 다소 지친기색이었지만 모처럼 나들이를 겸한 전통시장 살리기에 한몫을 한다는 자부심이 엿보이기에 충분했다.

본격적인 장보기 행사 전 탈춤축제장에서 만난 임명순(54)씨. 사랑의 봉사단 일원으로 성남시 분당에서 회원 200여명과 행사에 참석했다는 그녀는 봄나물 및 안동간고등어 등 지역특산품을 구매목록으로 정했다며 약 5만 원 정도의 물품을 구매하겠다고 밝혔다. 행사를 마치고 구시장 및 중앙신시장 등지에서 각자 점심을 해결한 이들 구매사절단들은 본격적인 장보기에 나섰다.
하지만 장보기 시간이 끝나가는 시간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각자 손에 든 장바구니에는 여전히 텅 비어 있었다. 차량이 대기 중인 중앙신시장 앞 영호초등학교에서 쇼핑을 마치고 쉬고 있는 지복순(66)씨. 친구 3명과 같이 왕십리에서 왔다는 그녀의 장바구니는 텅 비어 있었다. 대체적으로 물건이 비싸고 구매할 물건이 없더라는 것. 상어고기 조금과 간식거리만 구매한 그녀들의 총 구매 금액은 채 2만원이 넘지 않았다. 쇼핑을 마치고 돌아오는 구매사절단 대부분의 가방은 채 반이 차지 않았고 모두들 한 목소리로 실망스런 모습이 역력해 보였다.

약 2시간여 취재를 한 결과 시장 안은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구매로 이어지는 경우는 그다지 많이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지역특산품인 안동마 및 간고등어 매장에만 구매사절단이 모여 있을 뿐 평소 아이쇼핑에 익숙했던지 가격만 물어보고 발길을 돌리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또한 이번 행사를 두고 다소 격하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중앙신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가뜩이나 장사가 되지 않는 상황에서 소리만 요란한 이벤트성 행사를 왜 하는 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하물며 “벌써 내년 총선을 겨냥한 것 아니냐”며 인사차 들린 유력한 출마자들에게 싸늘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행사를 두고 ‘서로 내가 했다’는 등 현 국회의원과 국회사무총장 사이에 묘한 신경전이 언론을 뜨겁게 달구기도 했다. 현 국회의원인 김광림 의원은 안동경제회생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출향인사나 기업에 안동방문 및 특산품 구매요청을 했다는 것과 권오을 국회사무총장은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와 한국시민단체네트워크 관계자를 직접 만나 이번 행사를 유치했다는 것이다.
사실 관계를 떠나 이번 행사의 주된 목적은 그동안 구제역 최초 발생지라는 안동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벗고 안심하고 방문해도 된다는 것에 그 의의를 둘 수 있다. 안동이라는 브랜드를 알리는 이벤트성 행사도 중요하다. 하지만 성급하게 이루어진 행사로 인한 홍보 부족과 외부 손님을 받아들이는 상인들의 서비스 의식수준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 지금 안동은 ‘Again ANDONG'을 부르짖고 있다. 하지만 이번 희망구매 사절단의 지역방문의 참상을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멀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의 지역사랑에 대한 진정성과 자치단체의 행정능력에 시민 및 상인들의 혁신적인 변화 없이는 소리만 요란한 안동의 이미지를 탈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