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후 1년 남짓한 아이들은 자기 또래의 아이들이 넘어져서 울고 있는 것을 보면 마치 자기기 자신이 아픈 것처럼 엄지 손가락을 빨면서 엄마의 무릎에 얼굴을 묻고 울먹인다. 갓난 아이들 조차 자기 주변에 있는 아이들이 불안해하면 자기도 덩달아 불안해하고 또 아이들이 울어대면 자기도 따라서 울게 된다.
이처럼 인간에게는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읽어내는 본능적인 능력이 있다. 더욱이 단순히 아는 것이 아니라 똑같이 느낀다. 다른 사람의 몸짓을 보거나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마치 자신이 직접 행동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는다. 이런 것들을 우리는 공감이라고 부르는데, 근래의 과학 연구에 따르면, 이는 거울뉴런이라는 뇌세포의 기능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행동을 그대로 비추는 거울 같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거울 뉴런은 우연히 발견됐다. 1996년 이탈리아 파르마 대학의 리졸라티 연구팀은 원숭이의 뇌에 전극을 심고 다양한 물건을 집을 때의 뇌 반응을 실험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연구원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실험실에 들어왔을 때 이를 지켜보던 원숭이의 뇌에서 갑자기 반응이 일어났다. 알고 보니 그 반응은 원숭이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들고 있을 때 뇌 반응과 같았다. 원숭이는 연구원이 먹는 아이스크림을 보면서 마치 자기가 먹는 것과 같은 신경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연구팀은 땅콩을 먹을 때의 현상을 조사하자 다른 원숭이가 먹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 직접 먹을 때처럼 뉴런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뇌에 '보이는 것'과 '하는 것'을 동일시하는 부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라졸라티는 이 부위를 거울뉴런이라고 정의하고 뇌의 앞부분과 윗부분에 존재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이 거울뉴런이 작동하는 증거는 얼마든지 있다. 아이에게 밥을 떠먹일 때, 엄마가 “아”하고 입을 벌리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어린 아이라도 같이 “아”하고 입을 벌리는 것도 거울뉴런의 역할이다. 또 드라마를 보면서 주인공의 감정 하나하나에 울고 웃기도 하고, 별로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조차도 월드컵 거리 응원을 하면서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열광하고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았는가? 또 슈퍼스타K를 보면서 허각의 인생스토리와 노래에 나도 모르게 몰입하게 되는 경험을 했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뇌에 존재하는 거울뉴런의 기능인 것이다. 이런 거울뉴런이 있기에 우리는 다른 사람과 함께 즐거움을 함께하고, 어려움을 나누는 미덕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거울뉴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지폐아의 경우, 거울뉴런에 문제가 있어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공감이 어렵다고 한다. 즉 자폐증의 주요 신경학적 결함이 거울뉴런의 기능 장애 때문임이 밝혀지고 있다. 자폐아 뿐만 아니라, 공감력이 없는 사람들, 다시 말해서 남을 괴롭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극히 잔인한 사람들에 관해서도 언급해보자. 얼마 전에 어린이 성폭행범 김수철 사건이 있었는데,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게서 발견되는 하나의 공통점은 모두 공감의식이 없다는 것이다.
즉 범죄를 저지르고도 반성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는 것이다. 아내를 잔혹하게 때리고 학대하는 남편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흥미 있는 결과가 제시되었다. 이들의 잔혹한 행동은 화가 치밀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 하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들의 경우 분노가 치밀어 오르면 심장 박동이 증가하지 않고 오히려 떨어지는데 이러한 반응은 정상인들과는 달리 비정상적인 반응이다. 이들은 전기 충격과 같은 고통을 가해도 공포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즉 이들은 고통을 일으키는 자극에 대해 불안이나 공포를 보이지 않기 때문에 어떤 잘못된 일을 하면 고통을 수반하는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지 않는다. 이처럼 이들은 스스로 고통이나 공포를 느끼지 않으므로 피해자가 느끼는 공포나 고통을 공감하지 못한다. 이러한 사람들을 사회병질적 인격장애라고 부르는데, 이는 공감력이 없는 신경계의 장애, 즉 거울뉴런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사냥개로 여직원을 위협하고 50대 가장에게 한 대에 백만원짜리 매질을 해대는 재벌가의 2세, 결식아동의 급식비를 깎아버린 국회와 정부를 보면서, 그들에게 과연 다른 사람의 고통을 같이 느끼는 거울뉴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하는 의심이 든다. “아프냐, 나도 아프다”라고 말하던 종사관 나으리 수준의 배려는 기대하지도 않지만, 배곯은 아이들의 도시락 조차 깨버리는 그런 패륜적인 행동은 보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의 깨진 거울을 다시 붙일 수 없다면, 우리는 거울을 다시 사다 끼울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행히 우리 주변을 둘러보면, 거울뉴런의 따뜻한 배려는 얼마든지 있다. 평소는 물론이고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이면, 불우한 이웃을 돕고자 하는 손길이 자꾸 늘어난다. 소년소녀 가장에게, 독거노인에게, 방학이면 점심을 굶어야하는 결식아동에게 연탄을 나누고, 쌀을 나누는 따뜻한 손길은 우리에게 거울뉴런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서로 깊숙이 연결되도록 생물학적으로 설계되어 있음은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