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배추, 현장을 가보다
金배추, 현장을 가보다
  • 유길상 기자
  • 승인 2010.10.11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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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시장상인도 재배농민도 허탈감에 빠졌다

“도대체 손님이 있어야지, 파리만 날린다니까. 그나마 식당 하는 사람만 간혹 들리지 장사가 되질 않아.” 지난 주말 찾아간 안동중앙신시장 재래시장에 위치한 부산식품 허행이(62)사장은 최근 배추 및 채소류 가격 폭등에 따른 하소연을 이렇게 한마디로 말했다.

▲ 채소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안동중앙신시장 부산식품 허행이 사장(62). 어느때보다 한산한 시장 모습에 최근 채소류 폭등에 따른 허사장의 얼굴에 착잡함이 묻어나 있다..

모든 채소류 가격이 전년도에 비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폭등한 요즘 재래시장에는 야채를 사러오는 소비자들의 모습이 간혹 눈에 뛸 뿐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장을 보러 나온 장바구니를 든 아주머니들은 배추며 무 얼갈이배추와 열무도 잠시 만지작거리기만 했을 뿐 그대로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한 아주머니는 "배추가 며칠 전보다 값이 조금 내리기는 했지만 아직도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지 않는다"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 두 달 정도 지나면 김장철인데... 그전에 채소 값이나 기타 양념종류가 예전 수준을 회복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라며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올해는 아마 김장을 적게 담아야 할 것 같다"고 했다.

허 사장은 "요즘 배추 값이 비싸서 소비자들이 많이 사가지 않기 때문에 조금만 가져다 놓았다"며 "소비자들이 배추를 들여다보다가도 그냥 발길을 돌린다"고 했다. 이어 "배추는 생물이라서 우리 같은 소규모 소매상들은 저장 공간이 없어 상황에 따라 조금씩 중간 도매상에게 물건을 공급 받는다“면서 "혹시나 안 팔릴까 봐 겁이 나서 많이는 못 사온다"라고 했다.

그렇다고 농민들의 주머니 사정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풍산 마애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권태문씨. “요즘 언론에서 이야기하는 배추 값 폭등에 따라 농민들 소득이 좋아 졌다고 하는데 천만의 이야기다.

▲ 안동 풍산읍 마애리에서 배추농사를 짓고 있는 권태문씨. 작년과 비슷한 포기당 약400원에 밭떼기 계약을 했다며, 최근 배추값 폭등에 따른 주머니사정이 좋아졌느냐는 물음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작년과 비슷한 660㎡(200평) 기준 90만원에 산지중간유통 상인과 지난 7월 계약을 했다. 포기당 약 400원 가격에 밭떼기로 넘겼다”며, 노인 부부 인건비도 되지 않는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지역 대다수 배추농가들 상황이 같다며, 생산량 역시 660㎡(200평) 기준에 작년에는 약 2,500포기를 생산 하던 것이 올해에는 약 2,000여포기 정도로 20%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했다. 

▲ 최근 풍부한 일조량 덕분에 작황이 많이 좋아진 배추가 탐스럽게 자라고 있다.

배추값 폭락을 이미 경험한 권씨는 “매년 배추 시세가 어떻게 형성될지 정보가 부족한 농민에게는 산지중간유통 상인과의 거래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파종 직후에 평당 일정금액을 받고 산지의 중간유통 상인에게 배추를 넘기는 포전거래(밭떼기) 계약과 같이 중간유통 상인들만 배를 채우게 하는 비정상적인 유통구조를 해결하려면, 채소 농사도 쌀과 같이 일정한 가격에 정부가 수매를 하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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