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5개의 선거구에서 재-보궐 선거가 치러졌다. 결과는 표면적으로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이 났다. 전국 5개의 지역구에서 한나라당이 얻은 결과는 ‘5:0’이다. 수도권 민심의 잣대로 평가받은 인천 부평을 지역에서는 민주당에게, 한나라당의 텃밭인 경주에서는 무소속 친박계 정수성후보에게, 한나라당 최고위원 정몽준의원의 정치적 터전인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신당 조승수후보에게 고배를 마셨다. 민주당의 텃밭 전주 덕진과 완산갑 두 곳에서는 민주당을 탈당한 후 무소속 출마한 정동영과 신건후보가 민주당의 후보들에게 패배를 안겨주는 결과가 나오면서 민주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특히 한나라당에게는 경주와 울산 북구, 경기 부평을의 패배가 뼈아프다.
계파정치에 골몰한 한나라당 공당정치 가능성 잃어
친이와 친박의 대결이라는 관심 속에서 치러진 경주에서는 이른바 ‘형님공천’의 정종복후보가 친박을 표명한 정수성후보에게 패배하면서 향후 한나라당을 계파공천 책임의 소용돌이로 밀어 넣을 것으로 보인다. 170석에 이르는 거대한 의석을 자랑하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당선 가능성 보다는 자신의 계파에 우선적으로 공천을 주었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총선에서 같은 지역구에 공천을 받아 친박연대의 김일윤 후보에게 패배했던 정종복 후보를 다시 이번 재선거에 공천한 책임은 이번 패배를 통하여 고스란히 이상득 의원에게 돌아가게 되면서 당내에 책임론을 주장하는 세력들의 집중적인 포화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얼마 전 미국에서 귀국한 이재오 전의원의 향후 정계복귀를 앞두고 이러한 상황은 MB계 내부의 주도권 다툼과 친박 계열과의 패권 다툼에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당의 재보선 완패를 보면서도 은근히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입장에 처한 친박계와 친이계의 이재오 전 의원이 펼칠 한바탕의 진검승부는 벌써 여의도 정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분열로 망한다는 진보정치 진영 ‘통합’만이 살 길
한편 울산 북구의 재선거 결과는 갈 길 바쁜 정몽준의원의 발목을 잡는 결과를 가져왔다. 처음부터 민노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 성사여부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던 울산 북구에서는 진보신당의 조승수 후보가 단일 후보로 결정되면서 이미 승부는 결정이 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는 의견이 많았다. 평소 분열로 망한다는 진보진영의 통념을 깨고 오히려 통합으로 승리를 이끌어 내면서 진보신당의 원내진출을 이룰 수 있었다. 한 석이 가지는 의미뿐만이 아니라 그 가치를 어떻게 국민에게 보여 줄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반면 정몽준의원은 자신의 텃밭을 지키지 못한 패장으로 향후의 대권행보에 커다란 약점으로 작용 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민심의 풍향계로 여겨져 여야 정당 지도부의 집중적 지원 속에서 치러진 인천 부평을 지역의 재선거는 과거 개혁당 출신인 민주당의 홍영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이 결과는 시흥시장 재선거에서의 민주당 승리와 맞물리면서 민주당 지도부에게 오랜만에 수도권에서의 승리를 안겨 주었다. 민주당 지도부는 MB정권에 대한 수도권 민심이반의 결과라는 주장과 함께 강력한 MB정부 심판론을 펼칠 근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주에서 정동영, 신건 두 무소속 후보에게 안방을 내 준 것은 끝내 아픈 상처로 남아 향후 민주당을 괴롭힐 것이다. 정동영의 공천배제와 뒤이은 탈당과 무소속 출마, 이후 신건과의 무소속연대를 민주당 지도부는 효과적으로 막아내지 못하고 무력하게 패배했다. DJ까지 지원사격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친박계가 뒷방에서 미소를 짓는다면 아마도 민주당 지도부는 이불 속에서 눈물을 흘릴 것이다.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정치 회복 시급하다
이영우 후보가 당선된 경상북도 도 교육감 선거와 함께 전국 5개 선거구에서 치러진 국회의원 재선거는 당초의 접전 예상과는 달리 한나라당에게는 큰 상처를, 민주당에게는 절반의 성공을, 진보신당에게는 첫 원내진출의 쾌거를 불러왔다. 그리고 3곳의 지역구에서 당선된 3명의 무소속 당선자들에게는 향후 복당을 위한 처절한 투쟁이 기다리고 있다. 그들의 복당투쟁은 한국 정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경선 불복의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이고 또한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정당정치의 부재를 보여주는 정확한 사례이기도 하다. 각 정당들은 이번 재선거의 결과로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겸허한 자세로 정확하게 분석하여 향후 정국의 운영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좀처럼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경제사정 속에서 서민들의 고통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고, 낮은 투표율이 대변해 주듯 그만큼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혐오와 무관심 또한 커지고 있다. 언제까지 ‘그들만을 위한, 그들만에 의한, 그들의 정치’로 일관할지 두려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