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산얼음판 취약이 기온상승탓?
NO, 가동보 몇 달째 열려 물부족탓!

동네주민들, “천혜의 자연결빙인데, 이건 人災”
洑 관리기관, “가동보 개폐조절 협조요청 없었다”

2015-01-22     유경상 기자

1월10일부터 18일까지 9일간 개최될 예정이었던 ‘안동 암산얼음축제’가 지난 8일 기온상승으로 인한 얼음의 안정성을 이유로 전면 취소되었다. 그러나 현지 주민사이에서는 기온상승에 의한 얼음의 취약성 때문이 아니라, 암산유원지 바로 하류에 구축된 남악보(넓이 134m, 높이 1.9m)내의 ‘가동보의 개폐에 대해 전혀 무지했기 때문에 문을 열어둔 걸 방치해 결빙의 두께가 얇아졌다”며 얼음 취약성의 1차 원인을 다르게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시말해 자연적 원인은 2차적인 영향에 불과하고, 주최 및 주관 측의 사전행사 준비과정의 실수와 점검태만이 얼음 결빙과정의 취약성을 불러 일으킨 것이라며 이를 더 근본적인 원인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이 제기된 것이다.


시에서는 면단위에서 시단위 행사로 처음 치르는 얼음축제인 만큼 영남지역 최대 겨울축제로 성장시키겠다는 기대를 품고 있었다. 이에 주차장, 화장실, 쉼터 등 편의시설을 확대해 왔고, 주관조직인 안동축제관광재단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실무준비를 해왔다.

암산유원지는 미천을 둘러싼 자암산으로 인해 하루 일조량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에 불과하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암산유원지 얼음의 첫 결빙시기는 매년 12월 중순이라고 했다. 천혜의 자연지형으로 인해 크리스마스 이브(12월24일) 때면 약 50~60cm 정도의 두께로 결빙된다고 한다. 겨울 축제가 열리는 호수 얼음의 두께는 40㎝이상 이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2013년 11월에 암산유원지 아래에 남악보(길이 134m, 높이 1.9m)가 강화 구축됐다. 남악보는 고정보(콘크리트)와 가동보, 어로 등으로 구성되는데, 가동보 위치는 중앙이며 그 길이가 21m이다. 이곳의 가동보를 세웠을 때는 고정보와 동일한 높이를 이룬다.

가을비 충분해 암산얼음 결빙두께 걱정없었다

지난해 가을비가 많이 내렸고 미천의 수량(水量)이 풍부해 다가올 겨울에 얼음이 충분한 두께로 형성될 것이라고 주민들은 좋아했다고 한다. 수량이 많아진 암산유원지 수류가 보의 콘크리트 전면을 적시며 충분히 넘쳐 흘렀다고 전했다.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 측은 “매뉴얼에 따라 가동보를 세우거나 눕힐 수 있는데, 11월 이후부터 계속 눕혀 있었다”고 말했다. 암산유원지 주민들도 “보를 넘쳐 흐르는 수량이 많아 가동보가 아래로 눕혀져 있었는지 몰랐다. 결빙시기에 얼음높이가 평소보다 많이 낮아져 가동보가 열려 있었다는 걸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이에 반해 2013년 12월 전후에는 새롭게 구축 강화된 남악보의 기능을 살펴보기 위해 가동보를 올려 닫아 놓았고, 그 결과 얼음두께는 예년처럼 두툼하게 형성이 됐다.

결국 올해의 경우, 암산유원지 아랫쪽에 설치한 가동보 제어장치를 눕혀놓은 상태로 결빙시기인 12월 중순이 다가왔고, 수량이 전체적으로 약 30cm 이상 낮아진 상태에서 얼음이 얼었다는 결론이다. 매년 겨울에는 암산길 굴다리 방향 물속에 잠겨있던 바위 위쪽까지 결빙이 되는데 올해는 이 바위가 얼음 밖으로 튀어나왔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에 열려진 가동보로 빨려 들어가는 유속이 빨라져 더 얕아진 수면의 결빙이 약해졌다는 것이다. 현장을 둘러보면 얼음의 수위가 지난해 보다 30cm 아래쪽으로 결빙되었다는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이 된다.

동네 주민에 따르면, 가중보의 개폐에 대한 무지로 수량을 다 흘려보낸 것뿐만 아니라 물속의 청태를 걷어내지 못한 것도 하나의 원인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또한 수심이 얕아지는 과정에서 물속의 빙어잡이용 그물과 돌로 인한 물결의 출렁거리는 수포현상이 결빙의 약화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암산얼음축제를 진행해 본 경험자는 “여름축제와 달리 겨울얼음축제에 대한 기술적 지식이 부족한데다가 동네주민들의 오랜 경험을 청취하지 못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당연한 결과일 뿐이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의 품을 떠나 시단위 축제로 옮겨가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관심이 낮아진 것도 결빙과정을 눈여겨 살펴보지 못한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단순한 실수로 볼 수 없는 구조적이고도 다층적인 원인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안동기상대의 2013년 12월과 2014년 12월 평균기온을 살펴보면 2013년에 비해 2014년이 -2.4도 이다. 결빙시기인 12월에 수량이 원래 보 수면에 닿아 있었다면 1월초의 기온상승이 발생했다 해도 얼음축제가 가능했지 않았을까 추론할 수도 있다.


눈 먼 문화행정으로 예산낭비에, 지역신뢰도까지 하락

안동축제관광재단 측이 11월부터 축제준비에 돌입했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안동지사 측에 가동보 개폐에 관한 협조를 추진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지난해 ‘부용지애’ 공연이 낙동강변에서 열릴 때 주관 측의 협조공문을 받았던 것에 비교해 볼 때 준비과정이 너무 안일했지 않았는가 하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안동시의회 모 의원은 “겨울철 농한기에 열리는 겨울축제는 농촌주민들의 큰 소득원으로 볼 수 있고, 나아가 요즘처럼 불경기 시절에 가뭄속의 단비처럼 지역경제활성화 유발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 라고 아쉬워하며, “눈먼 행정의 결과를 어떻게 봐야할 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지난해 안동암산얼음축제 당시 방문객을 30만명으로 추정한 안동시는 지역경제 유발효과를 약 60억원으로 자랑하기도 했다.

취재과정에서 행사 책임자 모씨는 “수량(水量)부족이라는 게 사실이더라도 약간의 영향을 미쳤을 뿐”이라고 애써 원인분석을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우리가 어떻게 그런 것까지 다 체크할 수 있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었다. 자연적인 재해로 인해 축제를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고 그냥 믿고 싶은 눈치였다. 기온상승으로 인한 얼음 안전성 취약으로 축제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고 단정만 하는 안동축제관광재단의 눈가리고 아웅식 탁상행정. 과연 인재(人災)인가? 자연재해인가? 시민들의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그나마 다행으로 축제 개막 직전에 긴급안전점검회의를 통해 취소를 단행한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