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람은 예술영화도 보지 마라!

경북도내 유일 예술영화전용관 존폐위기
영화진흥위, 안동 중앙시네마 운영지원 탈락시켜

2014-10-15     유경상 기자

그동안 경북에서 유일하게 예술영화전용관 역할을 해 온 <안동 중앙시네마>가 지난 9월1일 발표한 영화진흥위원회의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사업’ 심사에서 탈락했다. 석연치 않은 탈락이유와 함께 앞으로 지방사람은 예술영화도 보지 말라는 식의 궤변 문화행정에 허탈감마저 커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은 지방상영관을 중심으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상영을 확대하고 관객에게 영화선택의 권리를 보장한다는 취지로 시작됐다. 당초에 영화진흥위는 지난 3월 경 ‘2014년 예술영화전용관 운영지원 공모’를 공지해 4월 경 심사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7월 재공모를 실시해 뒤늦게 발표했다.

그 결과 오랫동안 지방 예술영화전용관으로 관람객의 사랑을 받아 온 5개 예술영화전용관을 지원대상에서 탈락시켰다. 이 5개 전용관은 안동 중앙시네마를 포함해 대구의 동성아트홀, 대전 아트시네마, 부산의 씨엔씨상영관, 거제 아트시네마로 알려졌다.

지방 전용관을 탈락하는 대신 그 빈자리에는 3곳의 롯데시네마가 포함해 5개 관이 신규극장으로 지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전용관 탈락으로 예술영화전용관 지원 사업이 대기업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돌려진 셈이다.

지원사업 선정 심사위원회는 총평을 통해 “예술영화전용관은 예술영화와 독립영화는 물론이고 관객에게 참으로 소중한 공간임에 분명하지만, 지원금 의존율이 매우 높고 관객 점유율은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변화하는 예술영화 시장과 관객 성향을 고려해 예술영화전용관도 함께 변모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런 평가에 대해 “10여 년간 예술영화전용관을 운영해 온 노고는 감사하지만, 앞으로는 영화관 문을 닫으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푸념이 터져 나오고 있다.

경북 안동 중앙시네마를 운영하고 있는 한철희 대표는 “올해 3월에 영화관을 인수해 제대로 된 예술영화 상영공간으로서의 자리매김을 준비하던 도중에 날벼락을 맞았다”고 고충을 호소했다. 지난 5월에서부터 8월까지 중앙시네마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영상과 복지소외 계층인의 무료상영 등 맞춤형 기획상영을 추진해 왔다. 144석의 규모를 갖추고 지역 예술영화 애호인들의 사랑을 받는 동시에 지방주민에게는 수준 높은 독립ㆍ예술영화의 감상기회를 제공해 왔다. 이에 안동의 경우 월 평균 관람객이 약 6백여 명으로 1년 전체관람객은 7천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대표는 “영화전용관 인수와 내부 개보수 과정에 많은 비용이 지출되었지만 예산지원을 믿었기에 적자를 버텨냈지만, 알 수없는 이유를 들어 탈락되고 나니 어떻게 견뎌낼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영화진흥위 결정이 6개월 넘게 지체되는 과정에서 뒤늦게 지방 전용관을 탈락시켜 운영의 적자폭을 더 크게 만들었다.

특히 광역시 전용관은 탈락이 되더라도 동일 지역 상영관에서 관람기회가 있을 수 있지만, 안동과 거제지역 전용관 탈락은 향후 예술 및 독립영화 관람의 문화 혜택 기회를 아예 원천적으로 봉쇄했다는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했다. 지방의 작지만 소중한 문화공간조차 대도시와 대기업 중심으로 쏠려가고 있는 현상에 허탈해하고 있다.

한편, 오마이뉴스(9월16일자)에 따르면 이번 지원 선정과정에서 영화진흥위는 지난해의 25곳에서 20% 감소한 20곳을 선정했고, 여기에 더해 지역에서 고군분투해 온 영화관까지 탈락시켜 논란이 크다고 보도했다. 이번 지원 선정과정에서 ‘어떤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결국 추가공모는 없다고 쇄기를 박은 상태에서 경북 유일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활동해 온 안동 중앙시네마가 존폐의 기로에 섰다는 점이다. 조삼모개식의 영상정책으로 문을 닫느냐, 아니면 새로운 활로를 어떻게 만드느냐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에 한철희 대표는 “지방의 예술영화전용관조차 문화가 아닌 경제논리로만 보는 것 같다. 당장 문을 닫을 생각은 없지만 그렇다고 대책 없이 문만 열어놓고 있을 순 없지 않느냐”고 얘기하며, “공익적 가치에 부합하는 문화공간인 만큼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 방식의 시민참여를 검토하는 중이다”고 전했다. 또한 행정적 지원의 가능성(타 지역의 예술영화 지원조례 사례 등) 검토와 함께 다양한 테마의 기획영화제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