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너무나 슬프고 잔인한 4월이다"

2014 대한민국號여, 어디에서부터 병들었는가?
[경북인칼럼]새로운 국가혁신과 개조운동이 절박하다

2014-04-23     유경상 기자

여객선 ‘세월호’ 침몰 대참사가 발생한 지 일주일이 지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은 일손을 아예 놓았고 작금의 엄청난 비극을 지켜보며 깊은 좌절감에 빠져 들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이에 대한 구조 및 대응과정을 지켜본 지역주민들 사이에서는 ‘이게 나라인가, 도대체 정부란 무엇인가?’ 하는 한탄이 흘러나오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줘야 할 국가시스템이 무너져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확인한 지역주민들은 자책과 무기력에 빠져 버렸다.

특히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상층인사들의 공동체 복무정신과 직업적 윤리의 부재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무더기로 대참사에 휩쓸려 들어가는 절체절명의 위기에도 비체계적이고 느려터진 대응을 보여준 위정자들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특히 MB정부가 참여정부 시절 마련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와 위기관리센터’를 폐지하고, 2,800권에 달하는 위기관리 매뉴얼을 폐기한 것에 대해 뒤늦게나마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반세기가 넘도록 ‘자기안위와 가족안녕’만을 추구하며 ‘출세와 권력’을 집요하게 추구해 온 국가상층그룹의 작태가 이제는 각계각층의 책임있는 사람들의 ‘직업윤리’에게 까지 비겁함과 안일함의 풍조로 번져 있다는 개탄의 목소리가 등장하고 있다.

정치인과 재벌 그 가족들이 보여준 행위와 글 속에서는 민족정신이나 국민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나 덕목은 없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국가위기라는 진단까지 등장하고 있다. 위정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책임과 의무를 보여 달라고 울부짖는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을 지켜본 지역주민들은 국가붕괴가 시작되었다는 걱정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세월호’ 대참사를 목도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리더십이 침몰당한 것으로 판단하기 시작한 각자 개인들은 무기력에 빠져 들고 있다. 무기력해진 개인들은 이제부터 ‘음모론’과 ‘괴담’에 귀를 기울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지도자들의 솔직한 고백과 함께 이번 대참사를 극복해 나갈 새로운 국가혁신과 개조운동이 모색되어야 할 시기라는 판단이 든다.

분노와 허망함에 치를 떨고 있지만 그래도 국민들은 내 자식을 잃었다는 공감과 함께 이웃공동체의 정(情)을 보여주고 있어 다행스럽다. 정의와 배려, 상생과 동참의 마음이 서서히 일어나고 있는 것에 일말의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작은 위로를 받고 있을 뿐이다.

‘부자되세요’, ‘대박나세요’의 시대풍조에 전념해 온 시대의 허울을 벗어내야만 할 때다. 나의 출세, 내 가족의 안녕과 내가 소속된 조직의 영광만을 위해 사는 것이 우선시되었던 천박한 흐름을 단절시켜야 할 때다. 나라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고뇌하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리더들이 국가를 책임져야만 대참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다.

그렇다. 이승만 때부터 전두환을 거쳐 장구하게 유지시켜 온 부당한 정치권력이 언제부터 국민을 위해 피를 흘려본 적이 있었나. 항거하기도 하고, 대들기도 했지만 어느 틈엔가 지쳐서 그냥 잊고 그냥 살기에 바빴던 민초들도 그렇게 닮아갈 뿐이었다.

지금이라도 더 늦어져선 안 된다. 너무 잔인한 4월이다. 2014년 대한민국호여! 당신의 몸과 영혼은 어디에서부터 병들었는가. 답답하다. 가슴을 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