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보다 못한 사람들!
이 위 발(시인,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매일 반복되는 일이지만 아침에 일어나면 마당으로 나가 집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일과의 시작입니다. 오늘도 밖으로 나가면서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것이 거미줄입니다. 거미줄은 금방 걷어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생겨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미줄이 더럽거나 귀찮은 방해꾼으로 여깁니다. 하지만 거미 자신에게는 먹고 살기 위한 절실한 행위입니다. 거미줄은 보기엔 지저분할지 모르지만 농촌 사람들에겐 없어서는 안 되는 귀한 존재입니다. 거미줄엔 파리와 모기가 걸리고, 농작물을 해치는 벌레를 잡아 주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농촌사람들은 거미를 소중히 여깁니다. 특히 아침 거미는 복을 가져다주는 귀한 손님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육사 선생의 수필 <계절의 오행>에도 거미가 기뿐 소식을 전해 주는 것으로 묘사되어 있습니다. “방안에 사는 거미들은 아침 일찍 기어 나오면 그 집에서는 그날 반가운 소식을 듣는다고 기뻐한 것은 우리 고장의 풍속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의 어머니께서는 우리 형제들 가운데 누가 여행을 했을 때나 객지에 있을 때면 늘 아침 거미가 기어 나오기를 기다렸다고 하신 말씀을 우리가 제법 장성할 때야 알았습니다.”
사실 거미가 집에 들어온다는 것은 우리 사람들과는 다르게 동물들은 날씨의 온도나 습기 등에 예민해서 그렇습니다. 지진이나 태풍 등 기상이변이 생기면 동물들이 먼저 알아차린다는 것을 언론을 통해서 한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거미가 집안으로 들어온다는 건, 비가 오거나 습기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거미는 거미줄을 이용하여 먹이를 사냥하지만 거미줄을 이용하지 않고도 먹이를 잡는 거미도 있습니다. 절지동물인 거미는 곤충을 잡아 먹기 때문에 집안에 들어와도 사람에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거미줄은 씨줄과 날줄이 있어 씨줄에는 끈적끈적한 액이 묻어 있지만 날줄에는 없습니다. 그래서 거미는 날줄만 밟고 다니기 때문에 자신의 거미줄에는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탈무드>에 보면 거미로 인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어느날 다윗 왕은 평소에 거미는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벌레로서 장소도 가릴 줄 모르고 아무 곳에나 거미줄을 치는 더러운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쟁 중에 그는 적군에게 포위되어 빠져나갈 길을 잃고 말았습니다. 궁여지책으로 어떤 작은 동굴로 피신했습니다. 그런데 그 동굴 입구에는 마침 한 마리의 거미가 거미줄을 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를 추격해 온 적군의 병사는 동굴 앞까지 쫓아왔습니다. 하지만 입구에 거미줄이 쳐져 있는 것을 보고는 동굴 안에 사람이 없을 것이라 생각하며 그냥 돌아가 버렸습니다.
근래에도 거미의 지혜를 통한 재태크 방법이 나올 정도로 거미는 좋은 의미로 우리들 곁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첫째 인내하고 기다려라. 거미는 거미줄을 만든 뒤에 먹이가 걸려들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투자를 했다면 수익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거미줄에 걸린 먹잇감을 놓치지 마라. 먹잇감이 걸리는지 항상 주시하며, 먹잇감이 걸려들면 곧바로 거미줄로 감아 자신의 것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천천히 떼어먹습니다. 자신의 재태크 시스템에 먹잇감이 걸려들기를 항상 주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을 놓쳐서는 안 됩니다.
셋째. 남들이 가지 않는 곳에 거미줄을 쳐라. 거미는 모서리를 좋아합니다. 벽과 벽 사이의 모서리에 거미줄을 칩니다. 모서리에는 그렇지 않은 곳보다 더 튼튼한 거미줄을 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쉬운 길은 오히려 위험이 크고 수익도 크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넷째. 항상 새로운 거미줄을 만들 준비를 해둬라. 거미줄이 낡고 먹잇감이 잘 걸리지 않으면 거미도 거미줄을 떠납니다. 새로운 곳에서 다시 시작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재태크 포지션이 가망성이 없다면 미련 없이 떠나 새로운 재태크 포지션을 정해야 합니다.
이렇듯 보잘 것 없고 거추장스러운 거미로 인해 배우고 얻는 삶의 교훈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어제 저녁 어머니께서 텔레비전 뉴스를 보시다가 한숨을 내 쉬면서 뼈 있는 말을 한마디 했습니다. “거미보다 못한 놈들!” 어머님 말투로 보아선 보통 화가 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못 본 척 텔레비전만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돈 때문에 친구와 짜고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 아나운서의 멘트로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말을 듣고도 행(行)하지 않으면 바위에 물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알고도 행하지 않으면 모르는 것보다 못합니다. 줄을 쳐야 빨래를 널 수 있습니다. 거미도 줄을 처서 양식을 얻습니다. 이 세상에 거미만도 못한 사람들이 제발 어머님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