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없고 명분조차 내던진 재래시장!
상인들 잇속만 챙기는 상생발전기금에 시민들 눈총
홈플러스, 단체행동 정도에 따라 협상금액 달라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안동점(이하 홈플러스)이 입점하면서 전통재래시장에 지급한 상생발전기금을 두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 역시 시장 상인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가 않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5월 지역의 재래시장과 상생협력차원에서 상생발전기금을 안동구시장상인회에 8억 원과 안동중앙신시장상인회에 3억 원을 각각 지급했다. 이후 지난 2월 신시장상인회에서는 가입회원 277명 상인들에게 각 100만원씩 나눠 주었다. 또한 구시장상인회도 역시 지난 8월초 234명 회원들에게 각 100만원씩 나눠줬다.
이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은 시설현대화 등 고객유치와 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사용되어야 할 공적기금이 상인들 개인호주머니로 들어간 것에 분노했다. 더욱이 홈플러스가 입점하기 전 입점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던 상인들 편에서 응원한 시민들은 더욱 격한 반응을 식히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인회장 횡령 혐의로 고소해 상인들 간 갈등 고조
지난 7월 29일, 안동시 중앙신시장상인회 수석부회장인 권 모 씨가 같은 상인회 소속 김 모 회장을 횡렴협의로 고소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은 고소인 등은 명확한 횡령협의를 입증할 증거자료가 없고 각 참고인 진술을 볼 때 피의자의 횡령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등으로 불기소 결정의견을 내렸다.
이 사건 발생은 홈플러스가 지불한 상생발전기금이 실제 상인회에서 수령한 금액과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상인회의 권 씨를 포함한 몇몇 회원들은 홈플러스 측은 4억3천만 원을 지급했지만 상인회 통장에 지급된 금액은 3억 원으로 1억3천만 원의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기금을 수령하기 위한 협상과 지급과정이 투명하지 않아 의혹이 있다는 것이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김 회장은 “각 사안이 있을 때마다 상인회 운영위원회의 의견을 통해서 업무를 추진해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홈플러스, 단체행동 대가 3억7천 더
이번 수사과정에서 홈플러스 측이 안동의 재래시장 2곳에 지급한 상생발전기금액에 차액이 발생한 이유가 밝혀졌다. 이로 인해 중앙신시장상인회 측 일부는 상인들에게 단체행동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8월 22일 고소인 권 모 씨와 신시장상인회 대외협력 담당 윤 모 씨는 신시장 상인 30여명에게 횡령사건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기금 차액에 대한 추가 지급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을 권고하고 나섰다.
이는 검찰조사에서 홈플러스의 지방출점 시 인허가와 민원을 담당한 조 모 씨가 신시장과 구시장의 상생발전기금에 차액이 발생한 이유를 밝혔기 때문이다. 조사에서 조 모 씨는 ‘구시장의 경우 입점을 저지하는 단체 활동을 하면서 접촉해 협의했으나 신시장은 단체행동이 없는 등으로 3억 원에 합의하고 추가로 비가림시설공사를 해준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신시장비상대책위원회(이하 신시장비대위)라고 명명한 이번 설명회 주최 측은 유인물을 통해 ‘단체행동을 하면 8억, 안하면 3억 원을 준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럼 우리도 다시 홈플러스 앞에서 단체행동을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라면 상인들의 단체행동을 독려했다.
또한 수사를 통해 상인회에 홈플러스의 기금이 전달되기까지 안동의 A모 건설사 대표 B씨의 적극적인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돼 상인들은 설명회에서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검찰 수사에서 B씨는 신시장과 홈플러스의 협상과정에 참여했으며 합의금 3억 원과 비가림시설공사 1억3천만 원이 B씨를 통해 지불된 것으로 파악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인회 측은 홈플러스 측이 지급한 금액과 상인회에 지급된 차액은 비가림시설공사를 시행한 B씨가 홈플러스 측과 직접 계약해 진행한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B씨는 이 부분에 대해 일축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시장비대위 측은 설명회에서 B씨와의 통화내용을 상인들에게 들려주면서 신시장 측이 받아서 집행해야 할 기금에 차액이 발생한 요인들에 대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안동 재래시장의 이런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은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나아가 불편한 재래시장 이용을 재고해야 되지 않느냐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에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안동시 옥동에 거주하는 김 모(45)씨는 “재래시장 살리기를 지지하고 지켜봐 왔는데 오히려 홈플러스에 구걸하는 듯한 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같은 안동시민으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하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열린사회를 위한 안동시민연대집행위원회 강서구 위원장은 “돈 몇 푼 더 받으려고 시민들을 이용하고 외면한 재래시장에 더 이상의 미련이 없다”며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한 시민들의 열의를 짓밟는 가소로운 짓을 한 재래시장은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며 포기한 듯 상심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