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 넘는 친선교류로 평화를 꿈 꾼다
안동시~가마쿠라시 파트너시티로 동반자 되다
민간단체가 7년간 앞장서서 문화, 청소년 교류 물꼬 터
기자는 지난 7월 22일부터 25일까지 안동문화교류협의회(회장 윤병진)가 주관한 「안동(安東)-가마쿠라(鎌倉) 파트너시티 협약」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에 동행을 하게 되었다.
방문 하루 전 가마쿠라시가 도대체 어디에 있고, 어떤 역사를 품은 도시인지 궁금해졌다. 가마쿠라 市는 일본에서 태평양과 맞닿아 있는 간토(關東)지방인 가나가와현에 소속된 도시이다. 쉽게 말하자면, 도쿄에서 전차를 타고 남쪽으로 약 1시간이 걸리는 미우라반도 북서부에 자리를 잡고 있다. 도시의 인구는 17만5천여 명이고, 최근「武家의 古都․鎌倉」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세계유산등록을 추진하기도 했다. 일본 역사 속에서는 1192년에 미나모토노 요리토모(源賴朝)가 독특한 사무라이 조직을 통해 전국을 통치하는 최초의 무사정권인 가마쿠라 막부를 설치한 지역이기도 하다.
두 도시의 전통과 문화적 자부심이 동질감으로 닿는다
7월 22일 아침 7시 경 김해공항으로 가는 버스에 22명의 일행단은 몸을 실었고, 버스 내에서 그 동안의 방문교류 약사(略史)를 듣게 되었다.
2005년 3월 9일 야마노이(전 쇼난일한친선협회장)씨와 마미야씨가 거의 동시기에 각각 당시 가마쿠라시 이시와타 시장에게 안동시와의 교류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들이 가마쿠라 이시와타 시장에게 안동시와의 우호도시제휴를 적극 제안하게 된 이유는 먼저, 인구수가 비슷하고, 양 도시주민들이 지역전통과 문화도시라는 것에 강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안동시가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던 국제탈춤축제와의 교류가 가능한 가마쿠라 가면행렬극이라는 전통예능도 보유하고 있었다. 당시 안동시에서는 세계문화유산등록을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었기에 나름 이해가 맞아 떨어질 수 있었다.
일 년 후인 2006년 8월 20일 이시타와 시장이 안동시를 비공식적으로 방문해 시민교류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고, 2008년 8월 18일 정식방문이 성사돼 양 도시간의 민간교류가 활발해지는 계기로 작용했다. 그해 열린 안동국제탈출페스티벌에는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가마쿠라시의 가면행렬팀 35명이 참가했다. 이어 2009년 4월 11일부터 14일까지에는 안동시 하회별신굿탈놀이보존회를 포함해 축제홍보단 33명이 가마쿠라축제에 참가했다. 당시 축제장 공연과 함께 거리 퍼레이드를 했고, 초등학교에서 열린 탈춤공연은 큰 갈채를 받았다. 문화공연을 통한 민간교류가 본격화 된 것이다.
이후, 가마쿠라-안동우호교류회가 구성돼 가마쿠라시의 ‘마미야’, ‘야마노이’ 등 민간 회원들이 십수 차례 안동을 방문하게 되었다. 두 도시에 살고 있는 민간인들의 활발한 교류가 가능했던 데에는 양쪽 지인그룹이 오랫동안 나누었던 인간적인 교류와 친목이 큰 몫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최초의 만남은 1999년 마미야 타케미씨가 일본의 2대 광고회사인 ‘하쿠호도’의 서울사무소장으로 부임하며 최종섭(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 전문위원)과의 만남으로 시작됐다. 이후 안동문화사절단의 일본공연과 가마쿠라 주민의 안동관광으로 이어졌고, 특히 2005년 5월 경 마미야씨의 안동간고등어길 걷기, 2008년 9월 가마쿠라 가면행렬의 안동공연, 2009년 4월 안동탈춤공연단의 가마쿠라 공연으로 펼쳐졌다.
또한 가마쿠라측이 민간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마노이씨의 역할은 독특했다. 야마노이씨는 일본에서 쇼난일한친선협회 회장으로 오랫동안 재일교포와 지한(知韓) 일본인들과의 교류에 가교역할을 해 왔다. 그의 부인 김수현씨는 한국인으로, 가마쿠라시에서 ‘신라정’ 식당을 운영해 왔다. 최근에는 야마노이씨의 건강이 악화되어 부인인 김수현씨가 쇼난지역 한일 교류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쇼난(湘南)은 가나가와현의 사가미 만 해안을 따라 있는 지방을 일컫는다.
같은 시기 전후에 안동시 측에서도 윤병진, 최종섭 등이 교류의 폭을 넓혀갔고, 양 지역에서 교류협의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이러한 민간교류 과정은 청소년들의 교류로 확산돼 2011년 9월 말에는 안동지역에서, 2012년 1월에는 가마쿠라지역에서 제1회, 제2회 청소년 문화사진교류전시회가 개최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7월 18일 파트너시티로 협약 체결
대개 우리나라의 기초자치단체에서 외국 도시와의 교류를 추진하는 과정을 보면 ‘자매결연’, ‘우호협력’ 이라는 명칭의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
안동시의 경우를 볼 때 해외의 자매결연 도시로는 <야마가타현 사가에시(일본), 1974년 2월4일>, <핑딩산시 허난성(중국, 하남성 평정산시), 2000년 5월10일>, <아이오와주 시더래피즈시(미국), 2005년 10월7일>, <쿠스코주 쿠스코시(페루), 2009년 9월7일> 등이다. 우호협력 도시로는 <산뚱성 취푸시(중국, 산동성 곡부시), 2001년 10월6일>, <텔아비브주 홀론시(이스라엘), 2004년 2월8일>, <코린티아주 코린트시(그리스), 2006년 1월18일> 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비해 가장 최근인 지난 7월18일 우여곡절 끝에 안동시청에서는 안동시와 가마쿠라시 간에 ‘파트너시티’ 라는 협약이 체결되었다.
양 도시간 민간단체들의 교류가 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이들은 양 도시간의 본격적인 교류를 위해 자매결연 형태의 도시협약이 필요하다고 느끼게 되었다. 안동시에서는 1974년부터 교류를 해 온 일본의 사가에市 라는 자매도시가 있어 신규체결에 소극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마쿠라시 측에서 행정기관끼리의 의례적인 자매결연보다는 민간단체 간의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유연한 모색을 하던 중 <가마쿠라 파트너시티 제도>를 제정하게 되었다. 더 많은 도시와 적극적인 교류를 추진하는 동시에 시민들이 앞장서서 교류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도시제휴의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낸 셈이다.
이번 파트너시티 협약을 잘 살펴보면 그동안 행정기관들 간에 의례적으로 이뤄지던 상호방문이나 기념사업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특징이 나타나고 있다. 교류와 친선의 폭이 선택과 집중이라는 측면에서 교류의 폭이 다양해지고 친선의 질이 깊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협력도시간의 조건과 역사와 자연, 문화적 측면에서도 공통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주목되고 있다. 이렇게 대외 도시교류를 선택하는 제도와 조건이 구비된다면 교류의 대상 또한 넓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당장 문화유산의 보전과 활용, 도시경관과 마을만들기, 환경보전, 관광과 산업진흥, 교육․문화․예술 등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참여할 수 있는 민간단체는 구체적인 조직을 갖춰야 할 뿐만 아니라, 3년 이상 교류를 지속시키고 있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번 안동시와 가마쿠라시의 파트너시티 제도는 발전가능성을 크게 가지고 있었다.
이런 일장일단의 요소로 볼 때 그동안 안동시가 나름 목적을 가지고 추진해 온 해외도시와의 교류사업은 다시한번 종합평가를 받아야 할 시기로 파악된다. 일례로 일본 제2의 도시인 요코하마시가 한국의 부산과 인천을 상대로 순차적인 파트너도시 협정을 맺고 다방면에 걸쳐 교류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부분을 적극 참고할 필요가 있다.
안동한지로 인화한 하회탈놀이 문화교류전시회는 대성황
7월 22일 오후1시30분 일본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을 때 가마쿠라시의 前 시장이었던 이시와타 부부와, 마찬가지로 前 부시장이었던 효도 요시로 부부를 포함해 교류회원 여러 명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들 두 부부는 방문일정 내내 안동방문단을 성심성의껏 수행해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밤 9시에 열린 안동-가마쿠라 교류회 간담회에는 45명이 넘는 회원들이 참석해 안동방문단을 열렬히 반겨 주었다. 가마쿠라시의 현직 마츠오 시장을 비롯해 시의회 의장단이 축사를 했다. 이미 여러 차례의 만남을 가져 온 회원들 간에는 반가운 손 인사와 감격의 포옹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튿날인 7월 23일 오후4시 가마쿠라시 생애학습센터 갤러리에서는 <안동~가마쿠라 파트너도시 협정체결 기념식 및 문화교류전>이 열렸다. 이 교류전은 7월23일부터 28일까지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회에는 안동한지(安東韓紙)에 인화를 시킨 하회별신굿탈놀이 사진전이 개최되었다. 한국가면극영상연구회 소속의 한국인 사진작가 한남수씨와 일본인 사진작가 카나이 미키오 (金井三喜雄)와 스기타 시게오(杉田重男) 등 3명이 공동으로 제작한 안동하회별신굿탈놀이 1백여 장면과 안동의 문화 및 풍경 등을 담은 사진들이 특별한 전시공간을 창출했다. 이에 대한 예의차원으로 안동방문단의 남자는 양복을, 여자는 한복을 입었고, 그동안의 문화교류에 얽힌 경험담과 친선의 덕담을 마음껏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한편 개막식에는 현지의 기초단체장과 시의회 의장을 포함해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고, 안동 측에서는 ‘안동문화교류협의회’ 대표인 윤병진 등 방문단 22명이 참가했다. 이 날 행사에는 주요코하마 총영사관 이수존 총영사가 참가해 축사를 했다.
이수존 총영사는 한일 양국이 2,000년 이상의 교류역사를 가져 온 점을 강조하며, 안동~가마쿠라 파트너도시 협정 체결을 계기로 한일 양국의 우호증진을 위한 문화교류를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일본에는 1개의 대사관과 9개의 총영사관이 설치돼 있는데, 이 중 미우라반도와 도쿄 사이에 있는 요코하마에 총영사관을 설치해 가나가와현을 포함한 3개현에서 재외동포사회의 발전과 재외국민 보호에 나서는 동시에 지방차원의 한일교류 증진에 보탬을 주고 있다고 전했다.
前 가마쿠라 시장과 부시장이 친선교류에 더 앞장
이번 가마쿠라시를 방문하는 과정에서 느낀 몇몇 인상적인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잊혀 지지 않고 또렷해지고 있다. 먼저 가마쿠라 지역의 전직 단체장과 부단체장이 보여준 격의 없는 소통과 세심한 배려였다. 기초자치단체장을 역임하고 난 후에도 민간회원의 신분으로 양 도시간의 교류에 적극 봉사하는 모습에서 그 어떤 가식도 느낄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인상이 깊었던 것은 현지의 비싼 물가 때문에 숙박과 음식비용이 엄청 높았지만 다수의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모습이었다. 지위나 역할에 관계없이 회원들이 함께 전체예산을 산출하고 각자가 공평하게 비용을 분담했다는 점이다. 전하는 얘기에 따르면 노장청(老壯靑)으로 골고루 구성된 안동방문단의 모습을 보고, 가마쿠라우호교류회에서도 젊은 회원을 적극 영입할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가마쿠라시가 안동방문단을 맞이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마케팅 방식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문화교류전을 기념해 가마쿠라맥주(330ml)에 ‘가마쿠라 가면행렬과 안동하회가면극’ 상표를 붙여 판매하고 있었다.
주마간산 격의 짧은 일정으로 ‘안동-가마쿠라 우호교류회’ 에 참석했지만, 돌아서서 생각해 보니 작금의 한국과 일본의 외교적 기류가 심상치 않은 것 또한 사실이었다. 특히 일본의 과거 식민지 통치에 대한 진정한 사과는 기대할 수 없어지고 있고, 헌법개정을 통한 우경화 국가로의 변질 움직임 또한 우려를 금치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기 일수록 국경을 넘어 도시와 도시, 사람과 사람이 연결되어지고 상호이해를 증진시켜 나갈 수 있는 친선적 교류가 이루어지는 잦은 만남이 절실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