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살인사건?
경찰의 피해자 신변보호 소홀했다 비난 일어
최근 안동에서 발생한 모텔 여주인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당국이 조금만 관심을 갖고 대처했다면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예견된 보복범죄였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사건 이후 해당 경찰서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명확한 확인을 해주지 않고 있어 이를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22일 안동시 옥동 M모텔 L모씨(45·여)가 수차례 난자당해 숨진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경찰당국은 이를 단순치정사건으로 보고 내연의 관계로 알려진 50대 K씨(53·남)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추적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 발생 10여일이 지나고 있는 현재 경찰은 아직 피의자를 검거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사건 주변지인들의 주장과 정황을 살펴보면 단순치정살인을 넘어 미리 예방이 가능했던 보복살인이었다는 의혹이 짙다. 피해자 L씨가 살해되기 전 수차례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찰당국은 단순한 부부싸움 정도로 여겨 적극적 범죄예방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용의자로 지목된 K씨와 피해자 L씨는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다. 하지만 2여년 전 서로 크게 다투어 L씨가 얼굴 등을 심하게 다쳤고 L씨의 신고로 K씨는 지난 2011년 12월 8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과 상해 등으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복역한 뒤 출소했다고 한다.
출소한 K씨는 자신을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수십 차례 L씨를 찾아와 공갈과 협박, 심지어 폭행까지 일삼았으며, 당시 L씨는 이 사실을 경찰에 수차례 신고해 도움을 청했지만 별다른 조치는 없었다는 것이 주변 지인들의 주장이다. 불안을 느낀 L씨는 주위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과 딸 3남매에게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는 말을 했다는 것이다.
숨진 L씨의 지인 G씨(옥동, 43세)에 따르면 "오죽 불안했으면 L씨가 세 자식들에게 절대 떨어지지 말라고 했겠느냐? 정말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반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관할 안동경찰서 측은 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그 진의가 무엇인지 의혹이 일고 있다. 보복범죄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언론에 단순치정사건으로 발표하고 그 내막에 대해서는 쉬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살해된 L씨의 사건 전 피해신고나 도움요청 사실이 있었는지에 대해 안동경찰서 측에 사실확인 요청을 하였으나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안동경찰서 조광래 수사과장은 "동거를 하거나 부부사이에 살다보면 싸울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지금 범인을 잡는 것이 최우선이므로 이 사건과 무관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는 말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찰이 보복성 살인에 대해 인지하고도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은 회피하면서 범인검거 성과에만 급급한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L씨가 살해되기 전 경찰당국에 K씨의 지속적인 보복위협에 대해 보호를 요청한 것이 사실이고 이에 대해 경찰이 적절한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면 ‘경찰이 막을 수 있었던 보복살인’이라는 여론의 화살을 피해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이러한 사실은 숨긴 채 단순치정살인사건으로 발표하고 용의자 검거성과에만 매달리고 있다면 도덕적 책임에서도 자유롭긴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