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반도, 남북 모두에게 도움 안 돼”
‘개성공단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위한 전초지구’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안동대학교 특강에서 밝혀
최근 ‘북핵’을 둘러싸고 한반도 위기상황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30일 이종석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전 통일부장관)이 안동대학교 사회과학연구소의 초청으로 「한반도 정세변화와 남북관계의 진로」에 대한 주제로 특강을 실시했다. 이 수석위원은 참여정부 시기인 2006년 2월 제32대 통일부장관에 임명되었으나, 북한의 핵실험 여파로 그 해 12월 장관직을 물러나 세종연구소로 복귀해 2008년부터 2009년까지 1년 동안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에서 방문교수로 한반도와 동아시아 문제를 연구했다. 현재 세종연구소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편집자 주>
위기의 한반도 정세, 북 핵 위기 속의 불편한 진실
“최근 한반도에서의 남북 긴장상태는 작년 12월 북한이 ‘은하3호’라는 인공위성의 발사가 시발점이 되었다. 이를 두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에서는 순수한 인공위성이 아닌 군사적 목적에 있다고 규정하고 유엔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대한 제재를 취하게 이르렀다. 유엔안보리의 제재에 따라 북한은 결국 금년 초 핵실험을 통해 강력 반발함으로써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상태를 고조시켰다. 결국 4월 내내 진행된 한·미연합군사훈련에 따른 북한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고 개성공단의 잠정적 폐쇄에 이르게 되는 등 한반도 위기는 장기적 국면에 접어들게 되었다.” 이 전 장관은 최근의 한반도 위기에 따른 발단과 상황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서 “한반도 위기는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지만 최근의 상황은 그 성격을 좀 더 달리하고 있다. 즉 군사적 갈등이 결국에는 개성공단 잠정적 폐쇄라는 최악의 상태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러한 한반도 정세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북한의 핵 실험이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고 그에 따른 국제사회의 추가적인 제재 영향이 어떤 효과를 불러오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미국과 항상 적대적 관계에 있던 상황에서 핵을 개발하게 되었다. 하지만 북의 핵 개발은 전쟁수단에 있어 무기체계를 강화시키는 것이지, 핵무기가 만들어진다고 해서 전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이 전 장관은 밝히면서 “북의 핵문제는 한반도의 안보를 위협하는 굉장히 중요한 요소지만, 이 핵 문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남북한의 군사적 충돌이다. 사람들은 북의 핵문제가 해결되면 한반도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북의 핵이 사라졌다 하더라도 지난 60년 간 지속되어온 남북대결관계가 끊어지겠는가?”라고 역설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북한에 대해 추가적인 제재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과연 추가적 조치가 무엇인지? 에 대해서도 이 전 장관은 “경제적인 압박 외에는 없는데 미국은 지난 20년 동안 북한에 대해 많은 제재를 가해왔지만 더 이상 추가적 제재를 가할 수단이 없다”며 “현재 북한에 대해 유일하게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러나 중국이 북한에 대해 제재조치에 동참을 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중국의 이중전략이다”고 정확한 내막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2009년 당시 중국은 유엔안보리 제재에 대해 동참했지만 오히려 북한과의 교역은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2009년 당시 중국과 북한의 교역은 26억 8천만 달러였지만 2012년에는 60억 3천만 달러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즉 북한국민총생산의 절반을 중국과의 교역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유엔안보리가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했다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강력한 요구와 압박을 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현재 북한내에 ‘황금평경제지대’와 ‘나선경제무역지대’ 등 북·중경제특구를 비롯해 북한에 매장돼 있는 수많은 지하자원에 대한 개발권을 가지고 철저히 자국이익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위기에 처한 개성공단! 왜, 한반도 평화인가?
최근 북한과 미수금 문제로 협의를 마치고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장 등 7명의 남한 잔류인원이 지난 5월 3일 모두 남측으로 귀환함에 따라, 남북협력의 상징이었던 개성공단이 잠정적으로 폐쇄 상태에 들어갔다. 만약 남측이 전력과 수도공급마저 중단하게 된다면 개성공단은 10년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완전히 멈춰 서게 된다.
개성공단 폐쇄 국면과 더불어 이 전 장관은 “개성공단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 바가 사실 크다. 먼저 개성공단 설치를 위해 북한은 조선인민군 2군단을 후방배치 하는 등 전향적인 조치를 취해 어느 정도의 군사적 위험이 감소된 것도 사실이었다”며 “금강산관광이 전면 중단된 이후 유일한 대규모 민간교류 사업으로 남은 것이 개성공단사업이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개성공단의 잠정 폐쇄 이유가 북한이 남한의 근로자들을 인질로 잡았다거나, 아니면 남측 기업의 이윤이 하락하는 등의 근본적인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상황에서 단지 서로의 자존심에 따른 폐쇄 조치였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이 전 장관은 개성공단의 잠정적 폐쇄에 따른 향후 남북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이날 언급했다. 그는 “휴전선을 넘어 남북협력을 통해 한국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얻고자 하는 남한의 구상은 상당기간 유예될 것”이라며 “북한의 이러한 조치는 국제사회의 불신을 고조시켜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에 상당한 타격이 가해질 것이며 누구도 북한과 협력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에 경고하기도 했다.
또한 한반도 평화체제의 필요성에 대해 이 전 장관은 “21세기 남북협력과 통일은 막혔던 대륙으로 뻗는 기회가 될 것이며, 한국인들의 삶의 질적 도약의 계기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한계에 부딪친 한국경제 발전의 블루칩이자 출구”라며 “현재 남한은 과도한 무역의존도를 완화하고 내수와 무역의 균형을 도모하기 위해서라도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빨리 남과 북간에 평화가 정착되고, 협력교류가 활성화될 때, 새로운 질적 도약이 가능해진다고 결론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