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설득보다 경청이 먼저다"
정봉주 전 의원 노무현 청년학교 대구 강연, 진보의 소통 부재와 유연함 강조
"진보진영은 진보진영끼리만 얘기하는데 익숙해져 있다. 다른 행동방식으로 사는 사람들 얘기는 귀를 막고 살았다. 우리를 모르는 사람이 국민의 70-80%다. 아쉬운 것은 정권을 잡은 세력이 아니다. 세상을 바꾸려면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반대 진영과 소통할 수 있는 유연함 길러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정봉주(53) 전 국회의원이 3월 20일 '노무현재단 대구경북지역위원회'가 경북대학교 대학원동에서 개최한 <노무현 청년학교-청춘들에게 보내는 멘토들의 따뜻한 독설 '내가 청년이라면'> 첫 번째 순서인 '달려라 청춘' 강연에서 진보진영의 경직성과 폐쇄성을 비판해 주목을 끌었다.
대구의 한 언론사에 따르면 이날 행사에는 대학생과 시민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가량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의원은 "대선 당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인터넷에서 우세하니까 대선도 쉽게 이길 것이라 착각했다"며 "로또 맞기만 기다렸다"고 대선 패배 원인을 지적하기도 했다.
강연회에서 정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지지하면서 진보 가치를 알고 싶어 하는 사람도 20-30%가 있다. 이들은 87년 직선제를 부르짖으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사안 별로 진보와 보수를 왔다 갔다 한다"고 했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대선에서 그들 표를 가져오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양날의 칼인 50대"라며 "그들은 제대로 못하면 절대 진보에 투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진보는 편협한 생각을 갖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존중할 줄 모른다"며 "그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통해 우리 얘기를 듣도록 하는데 부족하다. 폐쇄적이며 자기들 얘기만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민주통합당과 진보정당을 향해 "평소에는 친하게 지내면서 선거철만 되면 박터지게 싸운다"며 "사상적 순결성에 빠져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는 소통 부재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새누리당에 대해서는 "평소 의원들끼리 얘기도 잘 안하다가 선거철만 되면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며 "이익을 위해 단결하는 것을 손가락질만 하고 끝내선 안된다. 배울 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진영의 시위와 집회 등 운동 방식에 대한 쓴소리도 이어졌다. "노동자와 약자를 탄압하는 방식은 21세기 지능형으로 바뀐 반면, 진보진영은 아직까지 근엄한 표정으로 팔뚝을 흔들며 대응하고 있다"며 "일반인이 관심을 갖고 싶어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과격하고 경직된 방식"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특히, 노조 집회 현장의 플래카드와 문구에 대해 "사진만 보면 북한인지 아닌지 구분도 안된다. 일반인들은 '저렇게 무서운 사람들이랑 어떻게 함께 하지'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 후 "웃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싸워야 한다. 몸에 힘을 주면 진다. 유연해져야 한다. 과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결과도 즐겁지 않다. 정권교체 백날 외쳐봐야 경직돼 있고 폐쇄돼 있으면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수는 정치경제적으로 사회를 양분화 시키지만 진보는 의식적으로 사람들을 양분화시킨다. 설득보다 경청이 먼저다. 내 얘기만 하지 말고 다른 생각을 가진 이의 말을 90%정도 들어야 한다. 내 얘기를 진지하게 듣는 사람의 말은 적은 양이라도 들으려고 한다. 경청은 황금율"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권위주의 시대의 막내"라며 "비난만 하지 말고 잘할 수 있도록 응원해야 한다. 그래야 잘못된 이 역사가 빨리 끝난다"고 했다. 또한 "민주주의 사회에서 깨어있는 시민들은 왕도 하늘도 바꿀 수 있다. 정권은 5년마다 바뀐다. 정의가 주류가 되고 시민들이 공적마인드를 향유하는 사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기 위해선 진보진영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17대 국회의원(서울 노원 공릉동·월계동)을 지냈으며 2011년에는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를 진행했다. 또, 17대 대선 전 BBK 의혹과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대법원에서 실형 1년 확정판결 받고 2011년 수감돼 지난해 말 출소했다.
<한국인터넷지역신문협의회 회원사 대구 평화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