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무가 되어
조영옥의 글마당
2009-03-03 조영옥
나무가 되어
큰 느티나무
어둔 밤에
나무에 기대
나무가 되어본다
내가 나무 되어 서 있고 싶은 건
뿌리 깊이 우뚝 서 있어서도 아니고
큰 그늘로 있어서도 아니다
열매 매달아
은혜로워서도 아니고
죽은 듯 봄이면 다시 살아나는
희망이어서도 아니다
한손바닥 물조차 담는
천공의 달빛
담을 수도 없이 흘려
물 속에서야 함께 흔들리는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달빛을 만들어
나무는
하늘 가득한 바람
품지도 못하고
못내 아쉬워 보내면서
우수수 소리로
바람의 흔적을 만드는
나무는
그래서 내가 되고 싶은 나무는
나의 말이 되고
나의 마음이 되어
나는 나무가 되어
달빛 흘리며
바람을 보내며
그렇게 서 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