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 맞아 '노무현 이후' 선점 한창

문재인-제3민주정권 주창에, 김두관-통합과 조정의 리더십 자임
지역주의 극복할 신국가균형발전전략 내와야

2012-05-23     유경상 기자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 번도 바꿔보지 못했다.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은 전부 죽임을 당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고 패가망신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1년 12월 10일 대선후보 출마 연설 동영상에서 부르짖은 연설내용 중 일부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비겁한 교훈의 역사청산을 언급하며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했었다.

12월 대선을 앞둔 범야권 대선후보들이 추모기간을 맞아 노무현 해석에 몰두하고 있다. 동시에 ‘어게인 노무현’에서 ‘비욘드 노무현’으로 다가가기 위한 프레임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야권의 대선후보 1순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고문(민주통합당 국회의원)의 대선출마 선언이 초읽기에 들어가 있다. 문 고문은 5월 23일 봉하마을에서 열린 추모식 이후 “이번 3주기는 탈상이라고 생각 한다”며 “그분을 놓아드리고 그분을 딛고 일어서서 그분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분의 정신과 꿈을 현실정치에서 발전시켜 제3의 민주정권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무현 이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현한 것이다.

야권 대선후보의 강력한 다크호스인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행보도 만만치 않게 떠오르고 있다. ‘리틀 노무현’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최근 대선가도에 힘을 싣고 있는 김 지사는 지난 5월 4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통합당 정치개혁모임 조찬간담회에서 “새로운 시대의 리더십은 지금까지의 리더십과는 달라져야 한다. 통합은 있었지만 혁신은 없고, 심판만 외치고 미래는 보여주지 못한 점이 안타깝다”고 4월 야권의 총선전략을 비판했다. 나아가 “국민이 바라는 바를 실천하고 행동하는 지도자, 국민의 마음과 함께 가는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 뒤, “혁명은 이익을 ‘독점’하는 것이지만, 개혁과 혁신은 이익을 ‘조정’하는 것”이고, “개혁과 혁신으로 한국사회를 발전시키려면 통합과 조정의 리더십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 스스로가 개혁과 혁신의 지도자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지를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재의 정국은 여권과 야권은 자칭 모두가 정권교체를 추진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를 중심으로 한 새누리당은 ‘이명박 정권부터의 박근혜 체제’로의 급격한 내부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내 권력재편이 소위 친박중심으로 꾸려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에게 대중 정치인 박근혜의 대선행보가 일종의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을 꾸준히 홍보하고 있다. 동시에 박정희 시절의 성장과 발전모델을 재해석해 박근혜식 복지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야권의 경우 문재인과 김두관으로 변별되는 두 축의 대선지향세력이 구심력과 원심력을 기준으로 재편되는 형태를 띠고 있다.

야권의 구호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것이다. 양극화 심화와 민주화 후퇴 등으로 정권교체를 원하는 국민은 아직 많다는 점을 적극 주창하고 있다. 올 하반기 경제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정권교체 열망 또한 다시 뜨거워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는 아직 상당한 편이다.

이 과정에서 범야권 지지층의 대표선수로 뛰고 있는 친노의 내부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정권이 교체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진행되는 헤게모니 싸움이다. 동시에 대통령후보를 누구로 세울 것인가의 싸움이다.

언론의 분석을 보면, 4.11총선 시기까지 친노의 구심력이 강하게 작동했지만, 이후부터 분화와 균열의 원심력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의 정치적 역학관계와 미래에 대한 기대 수준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친노세력 중 문재인을 지지하는 직계만 남고 나머지는 각자도생의 길을 가고 있다는 것이다. 확보한 권력의 양이 최대치에 이른 순간부터 원심력이 작동할 수 있는 국면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야권의 속앓이는 야권을 지지하는 층과 동시에 야권에 실망한 유권자의 지지를 흡수한 안철수라는 장외후보의 존재감을 무엇으로 해석해야 하는가 이다. 5월 하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주통합당 전당대회가 대선후보를 둘러싼 전초전이자 대리전으로 해석되고 있어 그 결과에 따른 구도가 흥미로워지고 있다. 민주통합당 내부의 헤게모니 싸움이 문재인(이해찬+박지원) 대 김두관(친노방계+비노세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이 많아지고 있다.

한편, 노무현 프레임 선점 과정에서 전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이었고, 지금은 광주광역시 서구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병완 총선 평가 글이 꽤 시사적이다.

“이번 총선의 교훈과 남은 대선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다시 지역주의 극복과 이를 구현해 낼 수 있는 국가균형발전전략이다. 이 문제에 대한 극복방안과 비전, 실천적 공약을 이루지 못하고선 그 무엇도 정치적 수사이고, 패싸움의 승리 전략일 뿐이다. 지역주의 극복의 토대위에서만이 FTA도, 해군기지문제도, 복지도, 성장도, 남북문제도 진정한 해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