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양심이고 싶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평화적 ‘수요 시위’
지역에서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김규영 씨.

2012-01-08     유길상

 “비록 노쇠하고 휠체어에 불편한 몸을 의지하고 있지만 저는 그분들을 보면서 천사가 따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1월 4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따른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와 책임 이행을 촉구하는 1003번째 수요 시위에 참석하고 돌아온 김규영(65)씨.

그는 지난해 12월 14일 각계각층의 인사와 시민들이 참여해 ‘위안부’ 소녀의 모습을 형상화한 ‘평화비’ 제막식이 열린 1000번째 수요 시위의 현장을 방송으로 우연히 접하고 시위에 참가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인생을 살아왔다. 하지만 방송을 보며 가슴에서 무언가가 솟구쳐 오르는 것을 주체할 수 없었다. 비록 불편한 몸이지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참석할 것이다”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한쪽 다리가 불편한 지체장애인이다.

뒤늦은 나이(?)에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는 이런 사회적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냐는 물음에 그는 “어린 초등학생들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고사리 같은 손으로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맞잡는 광경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손녀 같은 아이들의 행동하는 모습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비록 늦은 나이지만 보람되고 고귀한 일에 동참하고 싶었다”면서 지역에서도 많은 분들이 수요 시위에 참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사실 처음 참여하는 지난 시위에는 마분지에 매직펜으로 ‘수요 집회 참석하러 감니다, 안동촌놈’이라고 휘갈겨 쓴 피켓을 들고 홀로 기차를 타고 서울 시위 현장을 다녀왔다. 비록 볼품없는 피켓이었지만 기차역 대합실과 객차에서 그리고 서울 지하철에서도 피켓을 흔들면서 수요 시위에 대한 홍보에도 적극 나섰다.

“많은 분들이 무관심한 것에 놀랐다. 하지만 지속적인 홍보에 노력을 기울인다면 변화는 분명 있다고 본다. 다음 수요일 1004번째 집회에는 제대로 만든 피켓과 함께 현수막도 준비할 계획이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현수막을 펼쳐들고 안동역에서 퍼포먼스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혼자로는 힘들다. 많은 분들이 동참해 주면 좋겠지만 몇 분이라도 동참해 준다면 가능하다”고 말하는 그는 지역의 지체장애인협회 관계자 및 종친회 분들에게도 참여에 대한 협조를 구해 놓은 상황이다.

“안동은 독립투사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고장이다. 안동인의 긍지를 가지고 그 첫발을 내딛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고 자처하고 있는 도시로서 그 정신에 걸맞게 행동으로 나서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하는 김규영씨는 “용기를 가진 자만이 목적을 이룰 수 있다”면서 집에서는 궂이 그 먼 길을 다니며 고생한다고 반대를 하지만 뒤늦은 나이에 의미 있는 일을 한다는 것에 행복하다고 한다.

한편 1992년 1월 8일 제1회 수요시위가 시작된 이후 같은 자리에서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20년 동안 이어진 수요 시위는 단일 집회로는 유례없는 세계 최장 기록을 세우고 있다. 정기 수요 시위에 모인 일반 시민, 학생, 시민단체들은 20년 동안 지속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문제 해결 및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요구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