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실 이어 대구서도 성적허위보고
“오류? 정책이 근본적 문제다”

2009-02-20     경북in뉴스

교육청 ‘단순 오류’ 구차한 변명, 교과부 긴급회의 “전면 재보고하라”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인 일제고사의 성적공개와 관련 사회적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전북 임실의 성적허위보고 파문에 이어 대구에서도 기초학력미달 학생수 축소보고 사실이 드러나 제도의 총체적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초학력수준 미달률에서 전국최저로 보고되어 3일 천하를 누렸던 전북 임실교육청의 파문이 채 가라앉기도 전인 19일 대구교육청은 “대구지역 초등학교 2곳에서 전체응시 학생수와 기초학력미달 학생수 등이 오류 입력되었다”고 밝혔다. S초등학교의 경우는 미달 학생 수가 17명이나 되었음에도 단 한명도 없는 것으로, 또 K초등학교는 11명을 7명으로 줄여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이러함에도 교육청 측은 “단순 착오나 입력미숙으로 판단된다”며 어설픈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어 교육당국이 사태의 심각성을 아직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실제 일부 학교에서는 학력미달생 수를 줄이기 위한 방편으로 상대적으로 학력이 떨어지는 체육부 학생들을 누락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중고등학교의 경우도 체육특기자와 백지답안 등 평가에 불리한 답안들을 누락한 의혹이 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자체적으로 진상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태가 이러하자 교과부도 긴급회의를 소집하고 진화에 나섰다. 교과부는 20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전국 시도교육청 관계자를 불러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 회의에서 교과부는 “일부교육청에서 나타난 성적 허위보고 사례가 다른 지역에도 있는지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평가결과를 재집계하여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교과부는 다음 달까지 재조사를 마치고 평가결과를 다시 분석해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교과부 관계자는 “재조사에서도 오류가 나온다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사교육만 늘어날 것", “어린 것들을 낙인찍나, 해도 너무한다”

이러한 일련의 성적 허위보고와 이에 따른 교육당국의 조처에도 불구하고 제도의 근본적인 모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일제고사 자체의 불필요성은 물론 전면적 성적공개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다. 정책의 목적이 학생들의 학력향상에 있지 않고 다른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지적이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측이 “학부모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한다며 고교다양화 정책을 추진하고, 다양한 학교를 성적으로 줄세우고, 대학에서는 대학자율화를 명목으로 고교등급제 자료로 유용하게 활용하려는 것”이라는 지적이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결국 일제고사와 성적공개는 공교육정상화의 길이 아니라 ‘사교육부흥’과 부유층을 위한 ‘학교선택권’ 도우미 역할에 그칠 것이란 혹평이 일고 있는 상태다. 전교조 측은 이에 대해 “학교를 서열화하고 경쟁 교육을 강화하면 할수록, 사교육이 늘어나게 되고 소득수준에 의한 학력 격차가 심하지는 것은 의심할 수 없는 사실이다”고 비판하고 있다.

나아가 이번 성적공개에 대한 학부모들의 반응도 대체로 서울 강남 등 일부 특정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특히 농촌 지역인 경북지역의 우려는 더욱 높아 보인다. 경북 안동 풍산면의 초등학교 학부모 권모(40씨, 자영업)는 “아직 천진난만하게 뛰어 놀고 학교에서 친구들과 친하게 공부해야할 아이들이 벌써부터 낙오자로 낙인 찍혀 풀에 죽어 어깨가 늘어진 모습을 우리 부모들이 어떻게 보란 말이냐”면서 “정말 해도 너무하다”고 말문을 닫았다.

교육단체와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된 일제고사와 전면적인 성적공개, 그리고 이어진 성적 허위보고 사태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설명과 해명에도 불구하고 제도와 방법의 정당성에 대한 거센 논란은 쉽게 잦아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