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살려야 한다
김성진(전 안동시의원)
장날이면 가끔씩 장엘 나가본다. 눈에 띠는 모든 것이 반갑다. 시골 모친네의 거친 손과 힘든 걸음걸이를 보면 마음이 짠하다. 논밭에서 뽑은 듯 자연에서 따온 듯 새롭고 정겹다. 몸을 비집고 한바퀴 둘러보면서 할 수만 있다면 다 쓸어담고 싶다.
그렇게 닷새 마다 되풀이되는 5일 장은 시골분들에게는 거래의 장소이면서 휴식의 장소가 아닐까. 힘든 농사의 한 틈을 내어 잠시 겨를을 내어보는 사치일지도 모른다. 양손이 모자라 머리까지 빌리더라도 닷새 걸러 찾아오는 전통장은 많은 호기심과 가슴 콩닥거리는 휴식과 야릇함이 있을지 모른다.
장날이면 시장 상인들의 눈은 더욱 빛나고, 몸은 쉴틈 없이 바쁘다. 한적하던 장판에 사람들이 가득 북적되는 오늘을 놓치면 또 닷새를 기다려야 한다. 전에야 날마다 바빴지만 지금이야 명절 한 철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파리 날리기 일쑤다. 살림살이야 많이 나아졌다고 하나 사람이 많이 줄었다. 거기에다 이마트다 하나로 마트다 들어서서 손님이 확 줄더니 얼마 전에는 축협 하나로 마트가 생겨나고, 홈플러스는 신축중이니 갈수록 태산이다.
정부가 전통시장 살리겠다고 지붕도 이고, 새 단장도 하고, 안동시는 주차장도 새로 하고 별 방법을 찾고 있다. 전통시장 상품권도 만들어서 팔아도 보고 도시인을 유치하기 위해 돈들여 버스도 맞춰줘 보고 해도 별무소득이다. 나름대로 자구책을 세워 실천을 해봐도 타박은 여전하고 가게가 하나씩 문 닫을 때마다 가슴이 철렁한다.
좋은 시절 다 가기 전에 대형 마트 들어서지 못하도록 정부가 법이나 제대로 갖추었으면 이지경은 아닐 텐데. 이 난리판에 홈플러스 건물이 올라가도 막을 방법이 없다니 이게 어디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래도 기왕에 막을 방법이 없다면 상생해보자고 나서보지만 한정된 상거래 여건상 뾰족한 대안이 없다. 정 안되면 구걸이라도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몸으로라도 막아야 할 텐데 그 또한 우군이 적다.
당장에 우리 식구부터 셋 중 둘은 찬성이고, 여론 조사한 걸 보면 열에 일곱, 여덟은 찬성이란다. 기가 찬다. 말도 안된다고 할 지 모르지만 업종이라도 제한해야 한다. 끝까지 해보면 된다. 안하면 홈플러스 문 못연다고 하면 된다.
이렇다. 대형마트가 들어오고, 전통시장 골목 상권이 죽으면 죽은 사람도 떠나고 죽기 싫은 사람도 떠난다. 그러면 인구는 줄고 우리 안동시는 또 쪼그라든다. 말하자면 상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안동시민의 생존권이다. 상인이 줄면 풀리는 돈도 줄고 심지어 주유소 기름 넣는 사람도 준다. 당장 편하다고 찾는 대형마트가 종래에는 안동시를 죽일 수도 있다. 이 세상 살면서 니죽고 나죽자 보다는 니살고 나도 살자가 더 좋은 일 아닌가.
혹자는 대형마트 있으면 이웃 시군에서 장보러 많이 온다고 하는데 말도 안된다. 전통시장 잘 키워 놓으면 더 많이 온다. 농산물이든 축산물이든 수산물이든 물류의 중심이 될 수도 있다. 마트 아무리 잘해도 전통시장의 수많은 물품과 갖가지 정, 사람 삶의 흥건한 인정 이런거 까지 팔 수 없다. 잘만 하면 안되는 일 없다.
그리고 상인들도 죽기전에 한번 발악이라도 해봐야 한다. 한번 쎄게 나서도 보고 장사 잘되는 방법도 더 찾아보고, 단골들에게 한 사람씩 선전 잘해 달라고 부탁도 더 해보고. 그렇게 해서 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야 내 추억의 한켠이 계속 유지될 것이고 이웃에 대한, 시골에 대한 정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