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 밤중에 봉창 두드리듯 ‘대구경북통합’이라니!
[경북의 오늘-칼럼] 유경상 (경북인뉴스 발행인) 밀어붙인다고 될 일인지? 충분한 공론화와 시도민 합의가 먼저이다 대구·경북은 아직도 권위와 독재의 사회의식에 갇혀 있다
며칠 전부터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입을 통해 ‘대구경북행정통합론’이 마치 대세이고 곧 확정될 듯이 언론지상이 요란하다. 따져보니 5월 13일 행안부가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를 출범시킨 후 시작된 소동이다.
왜 소동이라고 표현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 맥락이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일단 홍준표 대구시장은 22년 시장 당선 이후 행정통합에 반대를 했었다. 행정통합보다는 정책협조체제를 주장해 왔는데 갑자기 입장이 바뀌어 봉창 두드리는 격으로 소란스럽다.
이에 대해 임미애 민주당 비례당선자가 매섭게 질타하는 글을 SNS에 올렸다. 지난 2년간 대구시정 운영 경험에서 어떤 부문에 통합 필요성을 느꼈는지 사전에 충분한 설명 없이 너무 폭력적인 태도로 市道통합을 추진한다며 지적했다.
민주당 경북도당에서도 논평을 내놨다. ‘경북을 대구로 통합해야 한다는 홍준표 대구시장의 주장에 이철우 경북지사가 어떤 입장인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2020년 실패로 끝난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의 시행착오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경북의 민생과 위상을 최일선에서 지켜야 할 도지사가 되어달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경북도당은 ‘경북을 대구로 통합한다는 홍 시장의 주장을 망언’이라고 규탄했다.
이런 비판이 시작되자 이철우 지사는 5월 22일 오후, SNS에 글을 올리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대구경북 시도민들의 공감대 형상이 제1 조건이며 시도통합명칭, 청사위치 등 민감사항은 충분한 논의과정이 필요하며 언급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구의 입장만 전달하는 언론에 대해서 불편하다는 기색이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대구경북 행정통합이 성공하면 수도권 집중현상을 막고 지방시대를 활짝 열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우리는 지금 상황에서 몇 가지 근본질문을 던져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의 수장들이 성급하게 추진하는 시도통합론에 무슨 배경이 있는지 의구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혹시나 본인들의 일신의 정치적 꿈을 위해서일까? 라는 의혹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작금의 지역의 사회경제적 상황이 어렵다고들 한다. 지역경쟁력 저하와 인구구조 변화(저출생·고령화) 및 지방소멸론이 행정통합으로 극복될 수 있다는 충분한 공론화가 먼저 시작돼야 하지 않을까? 전공 학자들의 실험적인 주창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시도민들에게 행정통합의 필요성과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여러 의견과 갈등, 목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토론의 場을 먼저 깔아 주는 것이 우선이지 않는가?
아직도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의 결단을 믿고 따라야 할 정도로 우리 시도민의 사회의식이 낮은가! 오랫동안 검토했으니 당신들은 그냥 따라오라는 식으로 호통치는 명령 방식으로 여론전을 펼치는 이 지역에 절망을 거듭할 뿐이다.
2~3개의 기초자치단체를 통합하는 과업에서도 수십 년간 토론과 논의를 펼치며 지나가야 한다. 생활권이 맞물린 기초행정권의 통합에서 조차도 복잡한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다양한 경로를 거친다.
하물며 한국사회 구성에서 면적이나 인구, 역사적 위상이 매우 큰 대구와 경북지역을 한방에 통합한다는 발상을 독재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대구·경북은 아직도 권위와 독재의 사회의식에 갇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