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죽어야 4대강 사업 중단하려나!

5월31일 오후2시경 군위 하천제방에서 문수스님 소신공양(분신)

2010-06-01     유경상 기자

5월 31일 오후 2시경 경북 군위읍 사직리 하천제방에서 지보사 문수스님(47세)이 온몸에 휘발유를 붓고 소신공양을 했다. 제방 위엔 불을 붙인 휘발유 통과 스님의 유서만 덩그러니 발견되었다.

삼베옷과 유서에는 “이명박 정권은 4대강 사업을 즉각 중지 ㆍ 포기하라. 이명박 정권은 부정부패를 척결하라. 이명박 정권은 재벌과 부자가 아닌 서민과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문수스님은 군위 지보사에서 무문관(일명 조사선이라고 하며, 화두를 참구하는 선수행)을 수행하다가 소신공양을 결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분신 소식을 들은 안동환경운동연합과 열린사회안동시민연대 관계자들이 31일 밤 급히 군위군을 방문하였고, 6월1일 오후3시 안동시청 앞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회원들은 기자회견에서 “현 정부의 생명을 저버린 4대강 사업 강행에 반대한 성직자의 간절한 생명존중, 생명보호의 절규이다”고 선언하며, “3년동안 바깥출입을 하지 않고 수행만 해 오던 스님이 극단적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문수스님 유가족과 조계종 그리고 불교계 신도들은 문수스님의 법구(시신)를 서울 종로 조계사로 옮겨 장의 절차를 진행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또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책위원회’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고인의 죽음에 대답하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조계종도 애도문을 통해 “우리 종단은 생명평화를 염원하며 소신한 문수스님의 입적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으며 스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한다”면서 “이번 생에서의 정진은 비록 다하였으나 스님이 발원한 정토세계를 모든 중생이 함께 이뤄나가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31일 이 소식을 들은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는 상임감찰을 현장에 급파했고, 불교연대도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퇴휴스님과 불교환경연대 상임집행위원장 현각스님 등 대표단을 내려보냈다.

사건 경위를 수사중인 경찰 관계자는 “문수스님이 31일 오전 7시 20분 경 군위읍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류 2만5000원 어치를 사 가지고 갔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문수스님은 오대산 월정사에서 시현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86년 사미계, 90년 구족계를 각각 수지한 것으로 알려졌다.